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12일 혐한(嫌韓) 시위를 비롯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반복하는 이들에게 최대 50만엔(약 5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일본에서 법률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헤이트 스피치를 처벌하는 규정이 담기는 것은 처음이다. 가와사키시는 재일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들을 겨냥한 헤이트 스피치가 자주 발생했다. 이번 조례 제정이 혐한 발언 및 시위 억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와사키 시의회는 이날 ‘차별 없는 인권 존중의 마을 만들기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조례는 국적이나 인종, 성적 지향, 출신, 장애 등을 이유로 모든 차별적 취급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공공 장소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금지하고 위반이 3회 반복되는 경우 최대 50만엔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시내 도로나 공원 등 공공 장소에서 확성기를 통해 “나가라” “죽어라” “바퀴벌레” 등의 단어를 외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고 아사히신문은 설명했다. 거주 지역에서 ‘나가라’라고 하거나, 생명·신체·자유·명예·재산 등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선동·고지하는 행위, 사람 이외의 것에 비유하는 등 현저하게 모욕하는 행위가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 이런 차별적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 전단지 등을 돌렸을 경우에도 처벌된다.
시 당국은 위반자에 대해 우선 조례 준수를 권고하고, 6개월 이내 차별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에 대해선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그런데도 6개월 이내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경우 이름과 주소를 공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했다. 검찰 기소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최고 50만엔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례의 벌금 규정은 내년 7월1일 전면 시행된다.
당초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은 2016년 6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제정됐다. 그러나 이 법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 없이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본 이념만 담은 탓에 헤이트 스피치의 실제 억제에 한계가 있었다. 오사카시, 고베시, 도쿄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차별 금지 관련 조례가 제정됐으나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와사키시도 지난해 3월 공공시설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시위 자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이에 처벌 규정을 담은 조례안을 추진해왔다. 이번에 전국에서 처음 처벌 규정을 담은 조례를 마련하면서 혐한 헤이트 스피치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고베시나 사가미하라시 등이 비슷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어 지방의회에 파급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일교포 3세는 “피해는 가와사키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조례가)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인터넷상에서의 댓글이나 동영상을 통한 헤이트 스피치는 이번 조례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판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사이버상에서의 혐한도 적지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조례의 한계도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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