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싼 일본’…“점점 가난해지는 현실 반영” 지적도
세계 6개 도시에 있는 디즈니랜드 가운데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의 입장권이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전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제품도 일본이 미국·중국·태국 등보다 쌌다.
일본 상품이나 서비스가 저렴하다는 느낌은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좀체 오르지 않는 임금이 물가 침체를 부르는 악순환이 밑바탕에 있어,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 현재 디즈니랜드의 성인 1일권의 엔 환산 가격을 조사한 결과 도쿄 디즈니랜드는 7500엔(약 8만2000원)으로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1만3934엔(15만30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파리(1만1365엔), 상하이(8824엔)와 비교해도 도쿄 디즈니랜드 입장권이 눈에 띄게 쌌다.
도쿄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정기적으로 입장객으로부터 가격 감도(感度)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실정에 따라 “(테마) 파크의 가치에 맞춘 가격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현상은 해외 26개국·지역에 진출한 다이소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에선 ‘100엔 균일 가게’로 알려져 있지만, 같은 상품이 미국에선 약 162엔, 브라질에선 215엔, 태국에선 214엔에 팔린다. 다이소 상품에는 중국에서 생산한 게 많지만. 중국에서도 153엔이다.
호텔도 싸다. 12월13일부터 성인 2명이 런던의 오성급 호텔 1박을 예약하려면 킹사이즈 침대 1개가 있는 50㎡ 방이 약 17만엔이었다. 도쿄는 같은 조건이라도 약 7만엔이면 해결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
가격차의 원인으론 엔화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 꼽힌다.
이는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의 현지 통화가격으로 각국의 통화가치의 적정 수준을 살피는 ‘빅맥 지수’에서도 드러난다. 7월 시점의 계산에 따르면 빅맥은 일본에서 390엔, 미국에선 5달러74센트다. 같은 상품의 가격은 세계 어디에서도 같다고 가정하면 1달러당 67.94엔의 환율이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 환율은 1달러당 110엔 전후로 30% 이상 엔이 싸다. 디즈니랜드 입장권이나 다이소의 상품도 마찬가지로 지수화해서 실제 환율과 비교하면 미국의 달러나 태국의 바트에 대해 엔이 46~50% 싸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지금의 가격차는 환율로는 설명이 다 안되는 상태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기업의 임금 상승이 둔해 소비의욕은 높아지지 않는다. 그 결과 물가 침체가 계속돼 경기도 고조되지 않는 악순환이 일본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1997년 실질임금을 100으로 하면 2018년 일본의 실질임금은 90.1다. 반면 미국은 116, 영국은 127.2다. 한편 태국의 경우 상승하는 임금이나 점포임대료가 다이소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있지만,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중산층의 부담감은 적다. 니혼게이자이는 “‘싼 일본’에는 세계의 성장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본의 정체도 엿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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