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금 등으로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 안’의 한국 내 여론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선 문 의장 안에 대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일본 출연금 잔금을 사용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문희상안에 대한 한국 내 논의 향방을 주시한다는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28일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도 “타국 입법부에서의 논의나 동향에 대해 논평을 삼가고 싶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들이 문 의장의 제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만큼 한국 측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나 언론이 문 의장 안에 대해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한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내에선 문 의장의 구상에 대해 “일본 기업이 의무적으로 지불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으나, 기부를 정부가 막을 수는 없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지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이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때문에 일본 측에 배상 책임을 부여하지 않는 문 의장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일본 출연금 잔고 5억엔(약54억원)을 기금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은 “재단의 잔고가 합의의 착실한 이행 관점에서 적절히 사용되도록, 일본 정부의 의향에 반하는 형태로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계속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출연금 잔금을 기금에 포함함으로써 강제징용 해결에 일본 정부도 참여하는 길을 열어두는 방안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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