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의 피폭지를 찾아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은 가능하고 필요불가결하다”면서 “핵보유, 비보유 상관없이 모든 사람과 국가, 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교황 주재 집회에 한국인 원폭 피해자 2명도 초대됐다. 다만 교황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나가사키시 폭심지공원을 방문, 원자폭탄이 투하된 장소에 세워진 기념비에 헌화한 뒤 약 1분간 묵도를 했다. 그는 이어진 연설에서 “사람들이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평화와 안정이지만,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어선 이 소망에 부응할 수 없고 오히려 끝없이 시련에 처하게 된다”며 반핵 메시지를 냈다. 나가사키에 대해선 “핵무기가 인도적으로도, 환경에도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는 것을 보여주는 증인”이라고 했고, 무기 제조와 개량에 재원이 쓰이는 데 대해 “터무니없는 테러 행위”라고 단언했다.
교황은 “핵무기에서 해방된 평화로운 세계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모든 사람이 열망하는 것”이라며 “정치 리더들은 핵무기가 국제사회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것으로 우리들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핵무기 사용이 사람과 환경에 괴멸적 파괴를 가져온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핵무기에 의한 평화이론은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유엔(UN) 핵무기금지조약을 두고 “(체결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신속하게 행동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이 조약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참가를 촉구한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이라며 국제 사회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집권기인 1597년 처형된 외국인 선교사와 신자들인 ‘일본 26성인’의 순교지 니시자카(西坂)공원을 방문한 뒤 나가사키 현립 야구장에서 방일 후 첫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히로시마로 이동,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평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원폭 희생자 위령비(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를 방문했다. 교황은 집회 연설에서 “전쟁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은 범죄 이외 어떤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집회에 초청된 원폭 피해자 20여명 중 재일동포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황은 기념공원에 별도로 마련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지는 않았다.
교황은 25일 도쿄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피해자를 만난다. 또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회담한 뒤 3박4일 간의 방일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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