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82)이 오는 23일부터 3박4일 간 일본을 찾는 가운데 그가 한·일 관계나 한국인 원폭 희생자 문제를 언급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방문지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당시 일본인 외에 수많은 재일조선인도 목숨을 잃었다.
2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태국 방문 일정에 들어간 데 이어 23일 도쿄에 도착한 뒤 24일 피폭지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찾는다.
나가사키에선 과거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폭심지공원에서 핵무기 근절을 위한 메시지를 발표하고, 나가사키 현립 야구장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저녁에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평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원폭 희생자 위령비(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를 방문한다.
평화기념공원 내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제동원됐다 원폭에 희생된 한국인들의 사연이나 위령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별도로 방문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원폭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교황이 해외 순방지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해 발언해온 전례에 비춰 한국인 희생자를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일본인 외에 ‘다른 민족’도 피해를 봤다는 식의 ‘간접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도쿄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피해자와 만난 뒤 도쿄돔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문제를 두고 악화한 한·일 관계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을 지 여부도 주목된다. 2013년 교황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자연재해 피해자나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 다가가는 행보를 보여왔다. 2014년 8월 한국 방문시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난 바 있다.
교황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서 처음 일본을 찾은 뒤 38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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