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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황, 후쿠시마원전 사고 피해자들 만나 “미래 세대에 대한 커다란 책임 깨달아야”

 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및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 피해자들과 만났다. 그는 원전 사고를 언급하면서 “우리들은 미래 세대에 대해 커다란 책임이 있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장래 에너지원에 대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원전 없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던졌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도쿄 도내에서 열린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들과의 교류회에 참가,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는 이어진 연설에서 “재해 피해지에 대한 원조와 기도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부흥까지 앞은 멀 지 몰라도, 서로 돕고 의지하기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는 이 나라 사람들의 영혼을 가지고 한다면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원전사고를 언급, “과학적·의학적 우려에 더해 사회구조를 회복한다는 커다란 과제가 있다”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연결이 다시 구축되고, 안전하고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지 않으면 후쿠시마의 사고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미래 세대에 대해 커다란 책임이 있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장래의 에너지원과 관련해 중대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원전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호소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한 바 있다.
 이날 교류회에는 동일본대지진 피해자 300여명이 참가했다. 교황의 연설에 앞서 피해자 대표 3명이 발언을 했다. 이 가운데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고교 2년생 가모시타 마쓰키(鴨下全生)는 원전 사고 후 가족과 함께 도쿄에 피난했다가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당한 일 등을 말하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괴로운 날들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도움을 바라는 심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앞으로 보낸 편지가 계기가 돼 지난 3월 바티칸에서 교황과 만났다.
 가모시타는 “어른들은 오염도, 피폭도, 지금부터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피해도 숨기지 않고 전할 책임이 있다. 우리들의 미래에서 피폭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부디 함께 기도해 달라”고 했다. 교황은 가모시타 등 피해자 대표들과 포옹을 나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는 ‘청년과의 모임’에 참가했다. 그는 집단 괴롭힘에 괴로워하는 청년들에게 “학교나 어른들만으로는 비극을 막는 것은 충분히지 않다. 모두가 ‘절대 안된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후엔 왕궁인 고쿄(皇居)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환담했다. 그는 “9살 때 양친이 나가시카와 히로시마의 원폭 뉴스를 듣고 눈물을 흘리던 것이 마음에 새겨져 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대해 나 자신의 기분을 담아 메시지를 냈다”고 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도쿄돔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