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실 행사인 다이조사이(大嘗祭)의 중심 제사인 ‘다이조큐(大嘗宮) 의식’이 14~15일 열린다. 일왕 1대에 단 한 번 열리는 주요 제사라지만, 내용이 베일에 싸인 데다 종교색이 짙어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저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7세기 후반에 시작됐다고 알려진 다이조사이는 1930년대에서 1945년 2차 세계대전 패전까지 일왕과 신이 하나가 되는 행사로 규정돼 ‘천황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데 이용됐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이조큐 의식은 14일 저녁부터 15일 새벽에 걸쳐 도쿄 왕궁인 고쿄(皇倨)의 히가시교엔(東御苑)에 설치된 다이조큐 내 유키덴(悠紀殿)과 스키덴(主紀殿)에서 진행된다. 순백의 전통 복장을 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유키덴에 들어가 그 해 거둔 쌀 등 곡식과 해산물을 왕실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御神) 등에게 공양한 뒤 자신도 먹는다고 한다.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기도하고, 오곡풍양(五穀豊穰)에 감사한다는 의미다. 이후 스기덴에서도 같은 의식을 한다.
의식의 진행과정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는 일왕과 의식을 돕는 궁녀밖에 없다. 마사코(雅子) 왕비를 비롯한 왕족들은 다른 건물에서 예배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3부 수장이나 국회의원 등 초대된 700명도 다른 건물에서 의식을 지켜본다.
다이조사이는 왕실 행사지만 ‘공적 성격’이라는 이유로 왕실 공적 활동비에서 24억엔(약 256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색이 짙은 행사에 국고가 사용되는 데 대해 정교분리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왔다. 1995년 오사카고등재판소는 이런 소송을 한 원고 측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정교분리 의혹을 일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기독교협의회(NCC) 등 기독교단체는 전날 “다이조사이는 매우 종교적인 의식으로 메이지헌법 아래 현인신(現人神·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으로 여겨진 천황상을 상기시킨다”면서 공금을 지출하지 않도록 요구했다. 다이조큐 건물은 오는 21일부터 내달 8일까지 일반 공개된 뒤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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