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화재로 정전(正殿) 등 주요 건물이 전소된 일본 오키나와(沖繩) 슈리성(首里城) 재건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국에서 성금이 답지하고, 일본 정부도 재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복원에 필요한 장인과 재료 확보 등 ‘돈’만으로는 끝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일본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7일 NHK에 따르면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시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고 있는 지원금에는 이날 오전까지 2만7000여명이 참가, 목표로 한 1억엔(약 11억원)을 훌쩍 넘은 3억8000만엔(약 40억원)이 몰렸다. 오키나와에 취항하고 있는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도 1000만엔을 기부하고, 마일리지나 매출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의 지원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 지사는 이날 행정 담당자와 정전 복원에 관여했던 전문가가 참가하는 ‘현민회의’와 지사 직할의 ‘슈리성 부흥 전략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마키 지사는 오키나와의 일본 본토 복귀 50년이 되는 2022년까지 슈리성 재건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전날 각료회의를 처음 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필요한 재원 확보를 포함해 정부가 책임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내각부에 따르면 1992년 슈리성 정전 등의 건설에 약 73억엔(약 774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물가나 공법에 따른 비용 계산 변화 등의 이유로 복원에 걸리는 비용은 아직 전망이 서지 않고 있다.
재원 확보 외에도 재료 조달이나 기술을 가진 장인의 확보도 과제다. 정전에 사용됐던 대만산 노송나무는 현재는 벌채가 금지돼 있어 대체 목재의 조달이 필요하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언론은 특히 오키나와에서 옛부터 전해져온 것으로, 푸른 바다와 하늘을 비추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온 붉은 기와의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슈리성에 쓰인 붉은 기와는 민가에서 사용되는 것과는 격이 다른 품질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 붉은 기와를 만든 장인이 5년 전 사망했고, 후계자도 남기지 않아서 독특한 제조법을 재현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오키나와 기와장인들이 소속된 협동조합은 지난 5일 전소된 정전의 붉은 기와를 회수,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용하도록 오키나와현에 요청했다. 게다가 붉은 기와의 원료로 사용되는 흙의 채굴지에는 이미 공공시설이 들어있어 새로 입수할 수 없는 상태다.
오키나와의 기와 장인은 현재 수십명으로, 1992년 정전 복원 때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설사 붉은 기와의 제조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정전에만 5만개가 필요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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