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카퍼레이드가 10일 도쿄(東京) 도심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지난 5월1일 즉위 이후 7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즉위 관련 ‘국가 행사’의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일왕의 도심 카퍼레이드는 1990년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현 상왕) 즉위 이후 29년 만이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가 탄 오픈카는 이날 오후 3시쯤 왕궁인 고쿄(皇居)를 출발해 아카사카(赤坂) 거처까지 약 4.6㎞ 구간을 시속 10㎞의 속도로 30여분간 이동했다.
경찰 오토바이와 사이드카가 오픈카를 호위했으며 그 앞으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의 차량이, 뒤로는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부부의 차량이 따랐다. 전체 46대로 구성된 퍼레이드 차량의 행렬 길이는 약 400m에 달했다고 NHK는 전했다.
고쿄 앞 광장을 비롯,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가는 도로변에는 이날 오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전날 밤차를 타고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가자 일본 국기를 흔들거나 환호성을 질렀다. 일왕 내외는 시민들을 향해 미소 띤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고쿄 앞 광장 맨 앞 줄에 있던 와타나베 준야(渡邊純也·34)는 “9일 오후 6시부터 줄을 섰다. 일생에 한 번이기 때문에 양 폐하를 이 눈으로 보고 축하하고 싶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운집한 카퍼레이드 환영 인파를 약 11만 9000명으로 추산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1990년 11월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 축하 카퍼레이드 때(11만7000명)보다는 많지만 1993년 6월 나루히토 일왕의 결혼 축하 카퍼레이드 당시(19만2000명)보다는 적은 것이다.
일본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2만6000명의 경찰을 동원해 고쿄 주변과 퍼레이드 구간에 대한 교통 통제를 실시했다.
일본에선 지난 5월1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맞아 ‘검새(劍璽) 등 승계의식’과 ‘즉위 후 조현의식’(이상 5월1일), ‘즉위례 정전의식’(10월22일), ‘향연 의식’(10월22일 등) 등 관련의식을 진행해왔다. 국가 행사로 치러지는 것은 ‘축하어례의식’으로 불리는 이번 카퍼레이드 행사가 마지막이다. 이 행사는 당초 지난달 즉위례 정전의식 이후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 ‘하기비스’ 피해의 영향으로 약 3주간 미뤄졌다.
일왕 즉위 관련 행사로는 일왕이 즉위 후 처음 조상신에게 오곡의 풍요와 국가 안녕을 기도하는 다이조사이(大嘗祭)가 예정돼 있다. 이 행사는 왕실 행사로 진행되지만, 종교적인 성격의 행사에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정교분리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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