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작품들의 전시와 상영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3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에서 열리고 있는 이세시 미술전람회에서 위안부를 이미지화한 사진을 소재로 사용한 작품의 전시가 취소됐다. 이 작품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포스터로, 검정색 배경에 빨갛게 칠해진 손이 묘사돼 있고 왼쪽 윗부분에 위안부를 이미지화한 동상의 사진이 콜라주 방식으로 붙어 있다. 전람회 운영위원이기도 한 그래픽 디자이너 하나이 도시히코(化井利彦)의 작품이다.
주최 측인 이세시 교육위원회는 전람회 개막 전날인 지난 28일 하나이에게 전시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시 교육위는 지난 8월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의 전시를 중단된 사례를 이유로 들었다. 당시 우익 세력들이 전시 중단을 요구하면서 톄러 협박까지 한 것을 들면서 “시민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 교육위의 전시 취소 결정에 하나이는 일부를 수정한 작품의 전시를 요청했지만, 주최 측은 전시 취소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이에 하나이는 “시에 의한 검열 행위로, 대단히 유감이다. 표현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8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뒤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전시 중단 후 시민사회와 예술계의 비판을 받고 지난 8~14일 제한적인 방식으로 전시를 재개한 바 있다.
지난 27일부터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서 열리고 있는 ‘가와사키 신유리 영화제’에서도 위안부 논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의 상영을 주최 측이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상영을 보류했다. 이에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상영 취소는 영화제의 죽음”이라고 비판하는 등 영화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소녀상 전시를 중단하자 예술계에서 “우익들의 협박에 굴복한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게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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