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각료들의 잇따른 불상사로 휘청대고 있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이 금품 제공 의혹으로 낙마한 지 일주일이 채 안돼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무상이 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의혹으로 ‘도미노’ 사임하면서다.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의 ‘막말’ 파문으로도 연신 고개를 숙였던 아베 총리로선 국정 운영에 대한 타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 9월11일 우익·측근 중심의 ‘묻지마 개각’을 한 아베 내각의 곪았던 고름들이 한 달여만에 터져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와이 법무상은 이날 오전 도쿄 총리 관저를 찾아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 아베 총리가 곧바로 수리했다.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이날 발매된 최신호에서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 가와이 법무상의 부인인 가와이 안리 참의원 의원이 선거운동원에게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금액 이상의 보수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또 가와이 법무상 자신은 지역구 유권자에게 망고와 고구마 등을 배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와이 법무상은 취임 50일만에 낙마하게 됐다.
가와이 법무상은 사표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전혀 모르는 바이지만, 법무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돼선 안된다”고 사표 제출 이유를 밝혔다.
아베 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가와이 법무상을 임명한 건 나다. 이런 결과가 돼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과드리고 싶다”고 사죄했다. 아베 총리는 가와이 법무상 후임에 모리 마사코(森雅子) 전 저출산담당상을 기용했다.
가와이 법무상은 외교담당 총리보좌관을 거쳐 2017년 아베 총리가 신설한 당 총재 외교특별보좌관을 맡는 등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인물이다. 자민당 내 파벌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지지하는 신진·중견의원 모임인 ‘해바라기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개각에서 처음 입각했을 때 “측근 꽂아넣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가와이 법무상의 사임은 스가와라 경제산업상이 취임 44일 만에 물러난 지 6일 만이다. 앞서 스가와라 경제산업상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멜론, 명란젓 등을 살포한 의혹을 받다가 비서가 유권자들에게 조의금을 건넨 사실까지 보도되면서 지난 25일 사임했다. 일주일 새 각료 2명이 잇따라 낙마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생긴 것이다.
이 일주일 새 아베 총리의 측근 각료들이 잇따른 실언으로도 물의를 빚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이 새로운 영어 민간시험 도입으로 경제·지역적 격차가 우려된다는 의견에 대해 “분수에 맞춰 노력하면 된다”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노 방위상은 최근 호우 피해로 100명 가까운 희생자가 난 상황에서 “나는 아메오토쿠(雨男·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로 불린다. 방위상이 돼 벌써 태풍이 3개”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에 아베 총리는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山口那津男) 대표를 만나 “각료의 발언으로 여러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날 아베 총리가 의혹이 보도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가와이 법무상을 사실상 경질한 것은 정권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엄격한 비판이 있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내각으로서, 총리로서 한층 몸을 다잡고 행정의 책임을 다해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측근들이 꽂아넣은 인사가 정권의 리스크”(중진 의원) 등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아베 1강’의 해이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성난 여론이 곧바로 가라앉을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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