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각료들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이 금품 제공 의혹으로 취임 44일 만에 낙마한 데 이어 각료들의 현실과 괴리된 망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11일 개각 때 우익 성향의 측근 등을 대거 기용하면서 “친구들을 모아서 즐기고 있다” “재고 처리냐” 등의 비판을 받았던 아베 내각의 문제점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막말 장관’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29일 잇따라 사과하고, 동시에 아베 총리까지 고개를 숙였지만 성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의 막말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하기우다는 지난 24일 한 방송에서 내년 대학 입시에 도입하는 민간 영어시험에 대해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여러 번 시험을 쳐서 워밍업을 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분수에 맞게 두 번을 제대로 골라서 노력하면 (된다)”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을 두고 “지방의 가난뱅이는 분수를 알라는 것이냐” 등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제도는 시험 횟수에 제한이 없고, 시험장이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빈부·지역 격차 문제가 지적돼 왔다.
결국 하기우다는 전날과 이날 잇따라 “국민 여러분, 특히 수험생 여러분에게 불안과 불쾌감을 줬다”고 사죄했다. 하기우다는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입각 때부터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친구가 이사장인 법인의 대학 수의학부 신설 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가케학원 스캔들’에서 문부과학성 간부에게 압력을 가한 의혹을 받아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도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전날 도쿄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나는 지역에서 아메오토코(雨男·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라고 자주 불렸다. 방위상이 되고 나서 벌써 태풍이 3개”라고 했다. 그는 지난 개각 때 외무상에서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권에선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란 비판이 나왔다. 최근 일본에선 태풍 ‘하기비스’와 ‘부알로이’의 영향으로 100명 가까이 숨졌다. 결국 고노 방위상은 이날 “불쾌한 생각을 하신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고 사죄했다.
앞서 스가와라 경제산업상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멜론, 명란젓 등을 살포한 의혹을 받던 와중에 비서가 유권자들에게 조의금을 건넨 사실까지 보도되면서 지난 25일 사임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 뚜렷한 견제 세력이 없는 ‘아베 1강’의 오만과 해이가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山口那津男) 대표를 만나 “각료의 발언으로 여러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야권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각료들의 문제 발언과 자질 문제, 아베 총리의 임명 책임 등을 거론하면서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야당의원의 질문을 사전 유출시킨 부처를 관장하는 기타무라 세이고(北村誠吾地) 지방창생상, 과거 폭력단 관계자와 사진 촬영을 한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과학기술담당상도 겨냥하고 있다. 아베 정권 지지율에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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