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슈쿠보(宿坊)’는 승려나 일반 참배객들을 위한 숙소다. 이 슈쿠보에서 머물면서 불교 문화나 수행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일본판 ‘템플 스테이’인 셈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야산(高野山)의 슈쿠보다. 

 고야산은 와카야마(和歌山)현 북동부에 자리잡고 있다. 9세기 중국 밀교를 배우고 돌아온 홍법대사 구카이(空海)가 개창한 진언종의 태동지로, 진언종 총본산인 곤고부지(金剛峯寺) 등 불교 사원들이 몰려 있다. 주홍색의 거대한 탑(곤폰다이토)으로 유명한 단상 가람(壇上伽藍)을 중심으로 117개의 사원과 상점들이 ‘종교마을’을 이루고 있다. 2004년 인근의 요시노, 구마노와 함께 ‘기이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이 고야산 슈쿠보는 낯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장소인 셈이다. 사찰 내에선 다도와 쇼진(精進) 요리라 불리는 채식 식단을 체험할 수 있다. 명상이나 불경 필사, 아침 예불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니혼케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고야산 에코인(惠光院)에선 구카이의 사당이 있는 오쿠노인을 심야에 돌아보는 ‘나이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인 대상 투어와 같은 형태로, 거의 매일밤 실시하고 있는데 많을 경우 수십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참가한다. 승려가 영어로 설명을 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인솔해 오쿠노인으로 가는 약 2㎞의 참배길을 걷는다. 구카이의 사당인 도로도(燈籠堂)까지 약 2㎞ 정도 이어지는 참배길에는 거대한 삼나무들이 둘러서 있는 가운데 수많은 묘비들과 공양탑, 오륜탑, 석불상 등이 늘어서 있다.

 에코인은 숙박자의 약 60%가 외국인이다. 숙박료는 1박2일에 식사 포함해 1만~2만엔 정도다. 이미 몇 개월 뒤까지 예약이 차 있다. 에코인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명상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에코인에는 영국 유학 경험이 있는 다무라 노부히로를 비롯해 3명의 승려가 영어가 능숙하다.  

 각 방에는 영어 안내서가 배치돼 있다. 슈쿠보에서의 매너, 유카타(목욕 후나 여름에 입는 간편복) 입는 법, 고야산의 역사 등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영어로 된 불경도 있다. 

 고야산 중심거리인 센주인바시(千手院橋)에는 고야산 슈쿠보협회 사무실이 있다. 관광안내소를 겸하고 있는데 외국인에게 영어로 응대하면서 슈쿠보를 찾아주고 옵션 투어도 예약해 준다. 

 고야산 슈쿠보협회에 따르면 고야산에 있는 슈쿠보 52곳에 숙박한 외국인은 2013년 1만9000명이었으나, 2016년엔 약 5만6000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이 서구에서 온 방문객이라고 한다. 외국 미디어들이 고야산을 다루면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이문화 체험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늘어난 게 이유로 꼽힌다. 호주에서 온 앨리슨 웨버는 지금까지 에코인에 몇 차례나 숙박했다. 그는 “고야산에서 느긋하게 지내면서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시 오고 싶다”고 니케이에 말했다.  

Posted by fontif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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