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일본 니혼 닛폰

일본 민낯 드러냈던 아이치 트리엔날레

 지난 14일 폐막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일본 사회의 ‘민낯’을 되레 보여줬다. 우익의 협박에 굴복해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사흘 만에 중단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철회해 ‘입맛’에 맞지 않는 예술은 배제한다는 뜻을 노골화했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올해 4회째를 맞은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전체 관람객수는 67만54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관람객 수만 보면 성황리에 끝난 셈이다. 하지만 지난 75일 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8월1일 개막 때 화제는 단연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에 쏠렸다. 소녀상과 일왕, 미군 문제 등 일본 사회의 금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전시를 중단·거부당한 작품들이 공공미술관에서 선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우익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아베 신조 정부는 보조금 교부를 문제삼았고,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다”고 전시 중지를 요구했다. 우익들은 조직적으로 전화 항의를 하고, “휘발유 통을 들고 전시장에 가겠다”고 협박했다. 트리엔날레 측은 결국 사흘 만에 전시 중단을 발표했다.
 시민·예술계의 전시 재개 요구, 트리엔날레 참가 작가 13팀의 보이콧, 실행위 측의 가처분 신청이 잇따른 끝에 폐막 일주일 전인 지난 8일에야 전시가 재개됐다. 그나마 추첨에 당첨된 인원만 입장을 허용하는 반쪽짜리였다. 엿새 동안의 재개 기간에 1만3298명이 추첨에 참여해 1133명이 관람했다.
 일련의 사태는 적지않은 문제를 남겼다. 일본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협박하고 소란을 피우면 우익들 뜻대로 된다는 나쁜 사례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가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면서 일본 예술계에 정부 의도를 미리 헤아리는 ‘자기 검열’ 분위기가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 “일왕이나 역사에 관련한 일본 사회의 금기를 오히려 강화했을 수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