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 올림픽이 잇따른 논란으로 휘청대고 있다. 수 년 전부터 지적돼온 무더위 문제는 결국 마라톤과 경보를 도쿄에서 800㎞ 떨어진 삿포로(札晃)시에서 하는 방향으로 귀결됐다.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방사능 폐기물’ 유실을 두고도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이미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올림픽선수촌 공급과 욱일기(旭日旗)의 경기장 반입, 경기장 수질 오염·악취 등으로 논란에 싸여 있다. 내년 7월24일 개막 9개월여를 앞두고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6일 도쿄올림픽 마라톤과 경보 코스를 삿포로로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힐 만큼 무더위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 올림픽 기간에 해당하는 올해 7월24일~8월3일 도쿄 도심의 최고기온은 모두 30도를 넘었고, 6일간은 35도 이상이었다. 같은 기간 삿포로는 도쿄보다 기온이 5~6도 정도 낮았다.
일본은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을 개최 도시에서 치르지 못하는 초유 사태를 맞게됐다. 일본 당국은 마라톤을 통해 도쿄 매력을 전하기 위해 코스 선정 등에 공을 들여왔다. 무더위에 대비해 도로에 열 차단제를 입히는 등 300억엔(약 3200억원)을 투입했다. 출발·결승점인 신국립경기장의 티켓 일부는 판매가 끝난 상태다. 이런 준비들이 헛수고가 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곤 “터질 게 터졌다”, “거짓말로 올림픽을 유치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유치시 “이 시기는 맑은 날이 많고 따뜻해 선수에게 이상적인 기후”라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언더 컨트롤”(통제하)이라고 했던 방사능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문도 커지고 있다.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방사성 폐기물 유실이 잇따르면서다. 환경성은 지난 17일 후쿠시마현 다무라(田村)시와 이타테(飯館)촌 외에 니혼마쓰(二本松)시와 가와우치(川內)촌에서도 방사성 제염 폐기물을 담은 자료가 유실된 사실을 확인했다. 니혼마쓰시에선 유실된 자루 15개를 발견하지 못했고, 가와우치촌에서 발견된 자루 18개 가운데 2개는 내용물이 모두 없어졌다.
앞서 2015년 폐기물 자루 240개가 유출됐고 일부는 내용물이 새나간 데 이어 또다시 허술한 방사능 관리 체제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부실한 방사능 관리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은 보다 집중적인 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55마일 떨어진 곳에서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바흐 IOC 위원장도 지난 16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이기홍 대한체육회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상황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쿄올림픽은 이미 숱한 논란을 일으켜왔다. 일본 정부는 선수촌에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공급하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60여㎞ 떨어진 곳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 일부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을 불렀다. 지난 8월 시범경기에선 오다이바 해변공원에선 화장실같은 악취가 나고, 국제기준의 2배가 넘는 대장균이 검출되는 등 부실한 준비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올림픽을 ‘후쿠시마 부흥’과 ‘새로운 일본’을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일본 정부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밀어붙이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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