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등 준비죄’(공모죄) 법안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의 ‘우려’ 표명에 반발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정작 특별보고관과 착실하게 대화하겠다는 서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모죄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일본 정부의 표리부동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특별보고관과의 ‘건설적인 대화 실현’을 서약했다. 시민단체 ‘휴먼라이트 나우’의 이토 가즈코(伊藤和子) 변호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서약에 기초해 공모죄 법안에 대한 특별보고관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 측도 “특별보고관과의 가치 있고 건설적인 대화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착실하게 협력해 나가겠다”라는 내용의 서약을 유엔 가맹국들에게 배포했다고 인정했다.
일본은 지난 해 가을 인권이사회 선거에서 당선돼 올해 1월부터 임기 3년의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조셉 카나타치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앞으로 보낸 공개 서한에서 “공모죄 법안이 프리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2일 “(개인의) 일방적 의견”이라면서 “내용이 명백히 부적절한 것이어서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나타치 보고관은 23일 도쿄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프라이버시나 다른 결함 등 내가 제기했던 여러 우려들에 대해 하나도 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필요한 보호조치를 도입, 세계에서 평판 높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행동할 때”라고 밝혔다. 이에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부장관이 “일방적으로 보도기관을 통해 발표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고 밝히는 등 일본 정부는 반박을 계속하고 있다.
‘공모죄 NO 실행위원회’의 가이토 유이치(海渡雄一) 변호사는 “서약까지 해서 이사국이 돼 놓고 특별보고관의 견해를 무시하는 듯한 관방장관의 발언이나 정부의 대응은 정반대다. 분노를 느끼고 국제사회에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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