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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보편적 가치 강조할 때는 언제고... 국제기구 권고 귓등으로 흘리는 일본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의 권고를 귓등으로 흘리거나 되레 반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틈날 때마다 강조해온 것과 모순되는 행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유엔 인권최고기구(UNOHCHR)산하 고문방지위원회(CAT)의 한일 위안부 합의 개정 권고문에 대해 “재검토 필요가 없다”는 반론문을 제네바 주재 대표부를 통해 유엔 측에 제출했다. 

 일본 정부는 반론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합의가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및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한 점, 합의에 기초해 일본 정부가 지난해 8월 위안부를 지원하는 한국 재단에 10억엔을 지급한 점 등을 들어 “합의는 재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가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한 것에 대 “사실에 반(反)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라고 항의했다. 

 앞서 CAT는 지난 12일 펴낸 보고서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또한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테러 등 준비죄’(공모죄) 법안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우려’ 서한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 조셉 카나타치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앞으로 보낸 공개 서한에서  “공모죄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가 너무 광범위해 테러나 조직범죄와 관련이 없는 것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프리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개인의) 일방적 의견”이라면서 “내용이 명백히 부적절한 것이어서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나타치 보고관은 23일 도쿄신문과의 메일 인터뷰에서 “프라이버시나 다른 결함 등 내가 제기했던 여러 우려들에 대해 하나도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본 정부는 일단 멈춰서 숙고한 뒤  필요한 보호조치를 도입, 세계에서 평판이 높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