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립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 유엔 총회에서도 양국 정상 간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양국 간 갈등을 풀기 위해선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다음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보류하기로 의향을 굳혔다. 일본 측은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서 수용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 주변에선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국 정부 역시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 등으로 양국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정상회담 개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전날 발표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일정에도 한·일 정상회담은 포함되지 않았다.
양국 정상이 유엔 총회에서도 만나지 않을 경우 한·일 정상회담은 1년 이상 이뤄지지 않게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것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 정상은 국제회의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정도가 전부였다. 지난 6월28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양 정상은 공식환영식이 열린 회의장 입구에서 8초간 악수를 했을 뿐 약식회담도 하지 않았다.
미국의 ‘중재’로 한·미·일 정상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 역시 일본의 소극적 태도로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모색하는 움직임에도 응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정상이 따로 회동한 것은 2년 전인 2017년 9월 유엔 총회 당시 오찬 회담이 마지막이다. 3국 정상은 당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던 도발 국면에서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일은 물론,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양국 간 갈등은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유엔총회 기간 중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열릴 전망이어서 양국 갈등 해결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일본 외무상의 회담을 26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무 당국 간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도쿄 외무성 청사에서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신임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이날 협의에서 김 국장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보복 조치를 단행한 것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키자키 국장은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조속히 시정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고 NHK는 전했다. 양국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 관련 일정과 의제 조율도 진행했다. 김 국장은 협의 후 “다키자키 국장과 처음 협의로, 서로 많은 것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NHK에 “뭔가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관계임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도쿄/김진우특파원·김유진 기자 jwkim@kyungh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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