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상호 수출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양국 자동차업계에서 부품 수출입을 앞당기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한·일 대립 심화를 경계해 현대자동차가 일본으로부터 부품 재고를 확충하는 한편, 일본 부품업체도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보복 조치의 파급이 반도체 소재를 넘어 자동차 부품에도 미치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사에 대한 수출 물량을 늘려달라고 복수의 일본 부품업체에 요청했다. 덴소는 현대차의 요청에 따라 전자부품 수출 확대 등의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오락스도 변속기 용수철에서 “수출품 확충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회사 간부가 전했다. 이 회사는 현대차와 연간 1억엔(약 11억원)의 거래가 있다. 자동차 배선 묶음인 ‘와이어 하니스’ 제조업체인 야자키소교(矢崎總業)도 비슷한 요청을 받고 대응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인 구매 정책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특정 일본 부품업체에 수출 물량 확대를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부 국내 부품·소재 협력사들이 수출 물량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은 있다.
일본 부품 제조업체도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계는 공급망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차 문 손잡이 등을 다루는 알파는 한국 부품제조업체로부터 잠금장치 관련 부품을 연간 수천만엔 규모로 수입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두 달 치 재고를 확보하려고 평소보다 앞당겨 수입하기 시작했다. 차 골격 부품에 사용되는 접합용 부품을 한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도프레도 2∼3개월 치를 미리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한국으로부터 785억엔(약 86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고 한국에 701억엔(약 77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제외했다. 한국 정부도 이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만약 수출 규제 강화가 자동차 분야까지 확대하면 수출입 절차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부품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업체 변경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양국 자동차업계가 수출규제 강화를 대비해 재고 물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한편 일본의 8월 무역수지가 2개월째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으로의 수출은 9.4% 감소했다.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8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363억엔(약 1조500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8.2% 감소한 6조1410억엔, 수입액은 12.0% 줄어든 6조2773억엔이었다. 한국에 대한 수출은 9.4% 감소한 4226억4600만엔이었다. 식료품이 40.6%나 급감한 24억5500만엔, 반도체 기계류가 38.1% 감소한 231억3300만엔, 유기화학물질은 17.1% 줄어든 202억1900만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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