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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접점 못 찾은 한일 '35분 회동'

  한·일 외교 수장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와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 해법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다소 소강 국면이었던 한·일 갈등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시한(24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28일)를 앞두고 또다시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2시쯤(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35분간 회담을 가졌다. 강 장관은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강 장관은 또 양국의 관련 당국 간 대화가 조속히 성사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일본 외무성 등이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수출 규제가 안보를 목적으로 한 정당한 조치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일본 경제산업성도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만큼 수출관리 당국 간에 맡기고 싶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확실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 악화의 최대 원인은)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이라며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인식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회담에선 GSOMIA에 대한 입장도 교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회담이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선 사흘 뒤로 다가온 GSOMIA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게 과제다. 다만 한국이 ‘GSOMIA 폐기카드’를 빼들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거둬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다만 양국 모두 확전은 자제하겠다는 분위기인만큼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물밑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강경화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외상은 3국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세 장관은 3국 협력이 한·일 양자 관계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중국은 2020년을 한·중·일 ‘협력 혁신의 해’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3국이 노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