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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아니 뭐 이런 뉴스]도쿄 고등학교들, “입학할 때 ‘자기 머리 증명서’ 내라”

 일본 도쿄의 도립고등학교 상당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이 염색이나 파마를 한 것이 아니라는 ‘자기 머리 증명서’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 시절 사진 제출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아사히신문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쿄의 도립고등학교 170곳(전체 173곳) 중 57%인 98곳에서 입학시 일부 학생들에게 ‘자기 머리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머리 증명서’는 학교마다 방식이 다소 다르지만 보호자가 “우리 아이는 머리 색이 밤색이다”라고 기입하고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입학 설명회에서 염색이나 파마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에게 용지를 건네 증명서 작성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한 학교당 수 명에서 수십 명까지 증명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의 도립고교들은 대부분 염색이나 파마를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다. 

 도립고들이 ‘자기 머리 증명서’를 요구하는 명분은 원래의 머리색과 형태를 오해해 학생지도를 잘못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 지도를 확실히 하고 있다는 점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호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립고가 공립고보다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도립고로선 학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평판을 만들어 우수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스미다(墨田)구 소재 한 고교 부교장(교감)은 “사립이 공립에 비해 생활지도를 확실히 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퍼져 있다”며 “학교가 문란하면 입학 경쟁률이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기 머리’ 증명을 위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중학교 시절이나 어린 시절 사진을 제출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네리마(練馬)구의 한 도립고는 교사가 갈색에서부터 금색까지 단계별 머리색 견본을 준비해 머리색을 확인한 뒤 ‘자기 머리 증명서’를 제출토록 하는데 만약 제출  당시의 머리색과 달라졌다면 바로 학생지도를 한다.  

 이 때문에 ‘자기 머리 증명서’가 행정 편의주의인데다,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타 아키토(喜多明人)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인권상 배려가 없는 조치다. 특히 어린 시절 사진을 함께 제출하라는 경우는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학생지도가 엄격해지고 있어 교사 스스로가 학생의 행동을 규제하도록 내몰려 있는 상황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