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광복절인 일본의 종전(패전)일인 15일을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보다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지난 5월1일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다. ‘전후 세대’ 첫 일왕인 그가 추도식에서 처음 내놓는 ‘오코토바(소감)’가 부친 아키히토(明仁)의 평화주의 노선을 이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1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리는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취임 후 처음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과거 침략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들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이 행사에서 ‘깊은 반성’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지난해엔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나루히토 일왕이 부친의 ‘평화주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양친으로부터 전시 중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왕세자 시절에는 피폭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격전지였던 오키나와 등을 방문하는 등 전쟁의 상흔과 마주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아키히토 상왕이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되는 네 개의 날”이라고 밝힌 오키나와 위령일(6월23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일(8월6· 9일), 종전일(8월15일)에는 묵념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나루히토 일왕은 2015년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려고 하는 오늘, 겸허히 과거를 되돌아보고,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비참한 체험이나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즉위 후 첫 소감에선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짧게 얘기했다. 이 때문에 새 일왕으로서 평화헌법 수호나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에 대한 생각은 뚜렷하게 제시되지는 않았다.
상징천황제 연구가인 가와니시 히데야(河西秀哉) 나고야대대학원 부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나루히토 일왕은) 역사가여서 과거의 전쟁을 직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상왕의 생각을 이어나가면서 시간을 걸려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추도사에서 주변국에 대한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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