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7일 예정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배제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공포하면서도 ‘추가 도발’까지는 나가지 않았다.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외에 ‘개별 허가’를 요구하는 품목을 추가하지 않은 것이지만, 확전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조치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지난달 4일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개별허가 전환을 단행했고, 지난 2일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관리령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했다. 이에 따라 이날 관리령을 공포하고 28일 시행을 예고했다. 정부 각료와 보수 언론에서 강조하듯 “담담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추가 보복조치는 꺼내들지 않았다. 시행세칙인 ‘포괄허가 취급요령’에 개별 허가 품목을 추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1·2차 경제 보복조치를 취한 만큼 굳이 ‘추가 카드’를 꺼내보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다분해 보인다. 일본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1·2차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유무역 역행” “역사를 경제에 엮은 보복조치” 등 비판이 비등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조치를 취하기에는 일본 정부가 내세워온 명분과도 맞지 않고, 국내외 여론 동향에도 ‘마이너스’라고 판단했음직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이번 조치에 대해 “안보 관점에서 수출관리제도를 적절히 실시하는 데 필요한 운용의 재검토로,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으며, 경제 보복이나 대항 조치는 더욱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로는 보기 어렵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자의적인 경제 보복조치가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개별 허가를 받으면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심사 지연이나 서류 보완 요구 등으로 심사 기간을 고무줄 늘이듯 할 수 있다. 또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일본 정부가 군사적 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자체가 한국을 수출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는 나라로 규정해 추가 보복조치를 위한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로선 어떤 이유를 대면서 수출 규제를 할 수 있다”면서 “중요한 건 일본 정부가 언제든지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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