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교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의 근본에 관련된 약속을 우선 제대로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빼는 결정을 내린 뒤 아베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한·일 관계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킬지에 관한 신뢰의 문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계속해서 국제법에 기반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주장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자신이 주재한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뒤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각의에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나므로,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교도통신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된 징용소송 문제를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하라고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촉구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뉴욕 유엔총회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 참석이 결정됐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본 언론들은 “약속을 지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한국과의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생각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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