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일 각의(한국의 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하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개정안의 처리 여부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일본 언론들은 이날 처리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였다.
오전 9시쯤 시작된 각의에선 개정안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나 각료들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0시15분쯤 개정안이 각의에서 결정됐다는 소식이 일본 언론을 통해 속보로 타전됐다.
이어 주무부처 장관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과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자회견을 하면서 여론전에 나섰다.
두 사람의 얘기는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이번 조치를 두고 “어디까지나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나 운용에 불충분한 부분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한 수출관리를 적절히 실시하기 위한 재검토”라면서 “대항조치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또 “어디까지나 우대조치를 철회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방식의 취급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금수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것은 강제징용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국가 안보상 취하는 수출 관리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안보를 목적으로 한 ‘국내 문제’라는 점을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대에서의 여론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또 “이번 조치로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은 기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가 전반적인 국제 공급망의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중재에도 각의 결정을 강행한 이유를 묻자 “미국 정부 등에도 충분히 설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번 관리령을 오는 7일 공포하고 28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제산업성도 오전 10시53분쯤 홈페이지에 이같은 공지를 올렸다. 시행령 공포를 연기하는 등 속도를 조절하지 않겠냐는 일각의 추측에 못을 박은 것이다. 이에 따라 관리령은 세코 경제산업상과 아베총리의 서명을 거쳐 7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명의로 공포되고 21일이 지난 오는 28일 자동 시행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두 가지 발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제로 전환하는 조치는 이미 지난달 4일 발동됐다. 제 2탄으로 예고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지난달 24일까지 의견 접수를 마친 뒤 9일 만인 이날 각의에서 결정됐다. 일본 정부가 이미 ‘7월24일까지 의견수렴→8월초 각의 결정→8월말 시행’ 시간표에 따라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숙숙(肅肅)하게(조용하게, 담담하게) 절차를 진행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켜 지위를 격하시킨다는 구상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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