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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한국 때리기로 개헌 동력 확보...'갈 데까지 가보자'는 아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을 겨냥한 강경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경제보복 조치 2탄을 강행하면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응책을 한국 측에 압박하고 있다. ‘한국을 손봐줘야 한다’는 국내 보수 여론을 붙잡아두고, 정권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공 드라이브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일 각의를 주재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는 각의 이후 총리관저에서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 서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통상 주요 현안이 있을 때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왔다. 대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나서 일본 정부 입장을 강변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번 각의 결정에 대해 “아베 총리로부터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미 준비한 각본을 밀어붙이기로 한 이상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 3월부터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정권의 브레인인 이마야 다카야 정무비서관, 아베 총리 보좌관 출신의 세코 경제산업상 등 총리 관저와 측근 의원들이 치밀하게 한국을 때릴 카드를 준비했다. 지난달 4일 한국의 주력산업이자 대일 의존도가 큰 반도체·디스플레이에 필수적인 3개 소재만을 겨냥한 ‘핀포인트’ 제재를 한 데 이어 이날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했다. 대부분의 물자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해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각의 결정은 아베 총리가 ‘닥치고 보복 조치’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조치에 대해선 국제사회에서도 “자유무역 역행” 등의 비판이 나오고, 미국에서도 추가 조치를 중단하는 ‘현상유지 협정’을 제안했지만 이를 무시한 셈이다. 미국의 중재를 받아들일 경우 징용 문제가 방치될 우려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음직하다.
 실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권 인사들은 1·2차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임을 내비쳐왔다. 이 때문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응책을 한국 측이 내놓을 때까지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국제관계학)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징용공’ 판결에 대한 국제법 위반 상황을 고치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면서 “갈 데까지 가보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권 핵심들이 한국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설정을 도모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선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찬성이 60~70%에 이른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 의견 공모에 4만666건이 들어왔고, 90% 이상이 찬성했다”며 이번 결정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아베 정권으로선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약화되는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때리기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숙원인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한·일 갈등을 부각시켜 내부 결집을 도모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