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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

[도쿄 부라부라]일본 3대 마쓰리라는 간다 마쓰리를 가보다

비가 그친 틈을 타 이번엔 간다(田)를 부라부라(어슬렁어슬렁).

간다는 고서점 거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 

일본 3대 마쓰리(祭) 중 하나인 간다 마쓰리를 보기 위한 것. 

6년 전 일본에 잠깐 있을 때 3대 마쓰리라는 오사카 텐진 마쓰리(祭), 교토 기온 마쓰리(祭)를 볼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 간다 마쓰리까지 보면 '3관왕'을 달성하는 셈인데... 그래서 기회를 봐왔다. 

간다 마쓰리는 에도 막부 초대 쇼군인 도쿠카와 이에야스(康)가 1603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벌인 축제에서 비롯됐다. 홀수해에 주요 행사를 하기 때문에 이번에 놓치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올해 행사는 지난 11일부터 오는 16일까지 6일간 열린다. 

특히 토요일 펼쳐지는 신코사이(神幸祭)가 유명하다. 신위를 모신 미코시(輿)라는 가마가 간다를 비롯해 도쿄 중심부를 행진한다. 최근에는 인기 만화 캐릭터 모양의 대형 풍선이 등장하는 등 볼거리가 많다고 한다. 

올해 신코사이에 등장한 만화 <여기는 가쓰시카구 가메아리공원 앞 파출소> 캐릭터의 대형 모형. 이 만화는 1976년부터 2016년까지 연재됐고, 단행본 총 200권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런데,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비가 쏟아져서 포기. 

일요일에는 가마들이 지역을 돈 뒤 간다묘진신사(社)로 들어가는 미코시미야이리(神輿宮入)가 열린다. 각 지역 자치회가 모시는 크고 작은 가마 200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차례로 신사로 들어간다. 

오후 3시쯤 진보초역에서 내려 간다묘진신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니 여기저기에 똑같은 모양의 한텐(半纏, 짧은 겉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 자치회 사람들인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가마를 앞에 놓고 맥주를 한 잔씩 하면서 즐겁게 웃고 있다. 

간다강에 걸쳐있는 다리인 히지리바시를 건너다보니 가마 행렬이 보인다. 히지리바시를 건너면 바로 간다묘진신사다. 


신사 입구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대형 도리이(鳥居, 신사 앞에 세운 문) 앞으로 가마들이 차례차례 모인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이 앞장선다. 가마를 멘 이들은 "왓쇼 왓쇼" "세야 세야"(?) 같은, 우리로 치면 "영차영차"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힘을 내고 있다. 미코시 뒤에도 지역 자치회 사람들이 따라가면서 박자를 맞추거나 기합을 넣고 있다.

 

가마들이 피리와 북 소리에 맞춰 차례로 신사로 들어간다. 신사 본전 앞에서 수 차례 나갔다 물러섰다를 반복한다.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이런 기세로는 안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침내 가마가 본전 앞에 도착. 모두들 본전을 향해 참배를 한다. 


이런 행렬이 이날 하루 종일 이뤄진다고 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다만 정확한 유래와 배경을 모르는 외국인의 눈에는 비슷비슷한 가마 200대가 똑같은 방식으로 신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건 어려울 듯하다.  

전날 신코사이를 보지 못한 탓일지 모르겠지만, 교토 기온 마쓰리나 오사카 텐진 마쓰리에 비해선 화려하거나 장대한느낌은 덜하다. 

교토 기온 마쓰리만 해도 가마의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움직이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문양을 자랑한다. 거대한 배가 육지 위를 움직이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그 거대한 가마를 밀어서 90도로 방향을 바꾸는 모습도 장관이다. 

2011년 교토 기온 마쓰리

오사카 텐진마쓰리도 강 위로 횃불이나 등불을 단 수많은 배들이 강을 오가면서 악기를 연주하고, 불꽃이 쏘아 올려지고 하는 게 꽤 볼 만했다. 


2011년 오사카 덴진 마쓰리


그래도 가마 행렬에는 자치회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참가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청소년들도 가마를 메거나 등롱을 들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심지어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작은 가마를 메고 있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지역 상점가들이 사라지고 있는 게 고민이지만, 마쓰리가 지역 주민을 통합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신사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야말로 축제다. 본전 옆까지 온갖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가득 들어서 있고 사람들이 맥주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었다. 절 본당 옆에서 술을 먹는 셈인데,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해 떨어지기 전에 천천히 간다 거리를 걸어 내려왔다. 간다는 고서점으로도 유명하지만, 기타 등 악기 전문점들이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강을 건너가니 오차노미즈역 근처에 특이한 양식의 교회가 있다. 통칭 니콜라이당으로 불리는 일본 정교회의 부활대성당이다. 1891년 완공됐는데 일본 최대의 비잔틴 양식 건축물이라고 한다. 

참배시간이 거의 끝나서 내부는 살짝 훔쳐볼 수만 있다. 금발의 신부가 한 여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머리 위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후 6시다. 

성당 앞 강 너머에선 일본 전통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세계가 각각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