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과 관련해 한국이 건설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산케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만날 수 있는 주요 국제행사로는 9월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10월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있다.
아베 정권에 가까운 산케이신문은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사태를 일방적으로 만든 한국 측의 변화를 기다린다는 의향”이라며 “9월 유엔총회 등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더라도 현 상태라면 (한·일 정상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도 “공은 한국 측에 넘어가 있다”며 한국 측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발동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정령(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도 일본 측의 조치를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고 규정,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 총리 관저 관계자는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해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지 않느냐”고 밝혔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한국 측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일본 측의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국 측은 지난달 ‘1+1안’(한·일 기업이 기금을 마련해 위자료 배상)을 바탕으로 하는 해결책을 제안했으나, 일본 측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이미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거부했다. 이후 지난달 28~29일 열린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이 요청한 한·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성과 있는 대화가 어렵다”(정부 관계자)는 이유로 거절했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징용문제의 해결로 이어지는 긍정적 제안을 하지 않는 한 국제회의 자리에서 정상 간 대화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가 중국에서 개최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지만 이 역시 한·일관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외무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외무성 간부는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지만 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서 해결됐다’는 성명을 내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구체적인 대응을 제시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립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신문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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