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2일 한국 특파원들을 도쿄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경제산업성 청사로 불렀다.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취지였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체제를 문제삼으면서 한국의 화이트국(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 배제가 ‘필연적’이라고 강변했다. 또 이번 조치와 강제징용 판결과의 관련성은 부인하면서도 배경일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날 설명회는 경제산업성 본관 10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당국자의 발언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녹취나 사진촬영은 불허했다.
고위 당국자는 한·일 무역당국 간 대화가 2016년 이후 끊겨 신뢰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관리 체제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수출규제를 강화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실제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규제 이유로 내세운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당국자는 또 한국의 대외무역법 19조 등을 거론하면서 재래식무기를 규제하기에는 범위가 좁다고 주장했다. 일본 측이 한국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국 정부가 이미 반박한 것을 또 문제삼은 것이다. .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과 무관하다는 입장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게 한·일 간 신뢰관계를 형성한다고 말하는 등 답변이 오락가락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이번 조치의 이유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만족스러운 답변이 없었다”고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한·일 관계를 좌우하는 다양한 안건 가운데 예시로 거론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규제 조치를 전격 발표하고 사흘 만에 시행한 데 대해선 수출허가 신청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일본 수출기업의 업무와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영업활동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오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규제 강화로 수출 절차에 90일이 걸린다는 지적에는, 90일 이내에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반드시 90일은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없으면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공급 체인에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수출규제 조치는 일본이 자주적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한국의 대응책 제시가 이번 조치의 철회 여부와 관련될 수 있냐는 질문에도 일본의 자주적 판단이기 때문에 일절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화이트 국가 제외 절차에는 변함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규제 조치 발표 후 일본 당국자가 한국 언론들에게만 따로 부른 것은 처음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에 대비한 여론전으로 풀이된다. 일본 측은 한국 측의 국장급 협의 요청에는 “메일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면서 거부하고 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산업성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론 대상 배경 설명도 중요하지만 양국 수출통제 당국자간 심도있는 협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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