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21 참의원 선거에서 낙승하면서 ‘아베 1강’의 질주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까지 중·참의원 선거 ‘6연승’으로, 견제 세력이 없음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최대 문제는 국가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를 분명히 했다. 이번 선거에서 개헌 발의 의석 유지에 실패했음에도 ‘전쟁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욕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정된 정치기반 위에 새로운 레이와(令和·일본 연호) 시대 만들기를 제대로 진행하라는 든든한 신임을 얻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자민당의 총력을 결집시키고, 당이 하나가 돼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힘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실시된 참의원 선거의 최종 개표 결과 전체 선출의석 124석 가운데 자민당(57석)과 공명당(14석) 등 집권여당이 71석을 얻어, 전체의석 245석의 과반을 훌쩍 넘는 141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중의원 선거 이후 참·중의원 선거에서 6연승했다. 6년 반에 이르는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아베 1강’의 건재를 확인한 것이다. 2021년 9월까지가 임기인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이면 가쓰라 타로(桂太郞) 전 총리의 기록(2886일)을 넘어서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된다.
다만 자민·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개헌 세력은 81석으로 전체 160석을 확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164석) 유지에는 실패했다. 아베 총리의 비원이 벽에 부딪힌 셈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오히려 개헌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사실을 들어 개헌에 대한 신임을 얻었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야당 일부를 끌어들여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탄생한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도 있고, 국민민주당 안에는 헌법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아베 정권의 야당 와해 작업이 시도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우선 가을로 예상되는 임시국회에서 헌법심사회를 재개해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한 자민당의 ‘개헌 4항목’을 제시할 것을 목표로 할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중의원 해산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구심력을 유지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9월 임기가 다가올수록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지는 만큼 해산 카드는 레임덕 방지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밤 후지TV에 나와 “중의원 해산은 선택지로부터 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내년 도쿄올림픽 전후를 중의원 해산 시기로 우선 꼽고 있다.
총재 4선 카드도 레임덕 방지를 위해 유효하게 써먹을 수단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대단히 국민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당내에서 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오는 9월로 예상되는 개각은 첫 시험대다. 일단 내각의 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지만, 개각에 대한 국민 여론이 관건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악화된 한·일관계가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굳이 칼을 집어넣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양국간 국제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며 “우선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강경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전날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연장선이다.
아베 정권으로선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떨어지는 구심력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 때리기’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아베 총리의 비원인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한국과의 갈등 상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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