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8일 한국 정부에 요구해온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시한인 이날 자정까지 한국 측 응답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상 분쟁해결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NHK가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 규제와 관련해 군사 전용 우려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신속하게 수출 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전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 부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중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회답은 없었다”면서 “한국 정부는 협정상 정해진 시한인 오늘 밤 12시까지 중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중재에 응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거부할 경우의 대응에 대해선 “가정의 질문에는 답변을 삼가겠다”고 했다.
한일청구권협정 3조 1~3항은 분쟁해결 절차로 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 지명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 중재위 구성 등 3단계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1·2단계 요구에 한국이 응하지 않자 지난달 19일 제3국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는데, 이날이 답변 기한(30일)의 마지막 날이다. 이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중재위 설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청구권협정상 ‘의무’를 거부했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협정상 요구에 응할 강제조항은 없다. 일본도 2011년 한국의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 협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다음 조치로 거론했던 ICJ 제소를 당장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19일 징용공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방침”이라면서 “한국에는 ICJ 소송에 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제소는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한국 측 행동을 지켜보면서 제소 시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응 상황을 주시하면서 이르면 연말로 예상되는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조치에 대한 대항조치도 강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도통신은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과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대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무역 규제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내달 중순쯤 수출관리 우대조치를 하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제 여론전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산업성은 다음주부터 한국을 포함한 일본 주재 해외 언론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은 또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가 금수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군사 전용 우려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수출 허가를 내릴 방침이라고 NHK가 전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해 계약별로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수출 기업에 대한 청취 등도 실시돼 심사기간이 90일 정도 걸리는데, 한·일 양측 기업의 관리 체제가 적절하고 군사 전용의 우려가 없다면 더 빨리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이 그동안 강경 일변도였던 일본 정부가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신호인지 주목된다. 다만 한국의 반발을 피하고, 국제 여론에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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