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참의원 선거 유세 때 야유를 한 시민들을 경찰이 제압해 끌고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4시40분쯤 홋카이도 JR삿포로역 앞에 선 선거차량에 아베 총리가 등장해 자민당 후보에 대한 응원연설을 시작했다. 그 직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청중 가운데 남성 1명이 “아베 그만둬, 돌아가”라고 외쳤다. 그러자 제복·사복 경찰 5, 6명이 남성을 둘러싸고 옷과 몸을 붙잡아 수십미터 뒤쪽으로 끌고갔다. 아베 총리가 연금 문제를 말할 때 “증세 반대”라고 외친 여성 1명도 경관들이 둘러싸 손을 붙잡아 뒤로 데려갔다. 이 야유로 연설이 중단되지는 않았고, 현장에는 많은 보도진이 있었다.
홋카이도 경찰 측은 “트러블 방지와 공직선거법의 ‘선거의 자유 방해’ 위반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 경찰관이 말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선 경찰관이 말을 걸지 않은 채 시민을 제압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자유 방해’의 하나로 ‘연설 방해’를 들고 있지만, 1948년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는 “연설을 듣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 봤다. 마쓰미야 다카아키(松宮孝明) 리쓰메이칸대(법학) 교수는 “판례상 연설 방해는 난동을 부려 주목을 끈다든지 선전차에서 음향을 크게 하는 등의 행위로 혼잡한 가운데 누군가 육성으로 야유를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경찰의 행위가 특별공무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의 유세 일정을 올리지 않고 있다. 유세 현장에서 청중들로부터 야유 세례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그는 2017년 7월 도쿄 도의원 선거 당시 아키하바라에서 가진 가두연설 도중 “집어치워라”는 야유가 나오자 “이런 사람들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장면은 TV에서 반복돼 나왔고 자민당이 ‘역사적 대패’를 당하는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자민당은 이번에도 선거운동일 마지막인 20일 아베 총리의 거리유세 장소를 아키하바라로 정하면서 도쿄도련(東京都連·도쿄도당)을 통해 당원들에게 ‘동원 요청’을 공지했다. 공지된 글에는 “당 운동원의 대규모 동원으로 선거방해의 조직적인 야유에 지지 않고 계속 (지지를) 호소하는 아베 총재에 성원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적혔다.
아베 총리의 유세 도중 실언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16일 니가타현 유세에서 “아버님은 애인에게도 권하고, 어머니는 옛 애인을 찾아서”라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무심결에 드러난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유세에서 연설 마지막에 “옛 애인을 찾아 데리고 오세요” 등의 표현을 줄곧 사용해온 만큼 말실수일 가능성도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는 이날 니가타현에서 열린 4차례의 가두연설 가운데 두 곳에서 “아버님”이라고 말을 걸면서 “애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앞서 자민당 본부는 지난 5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실언 방지 매뉴얼’을 배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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