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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일본은 천황의 나라” “제일 큰 공은 아이 만든 것”...자민당 망언 메들리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또다시 실언·망언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유세 과정에서다. 자민당은 지난 5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실언 방지 매뉴얼’을 당내에 배포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모양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무카베 쓰토무(武部勤) 전 자민당 간사장은 전날 홋카이도(北海道) 기타미(北見)시에서 열린 참의원 선거 유세에서 “천황(天皇·일본에서 일왕을 부르는 호칭), 황후 폐하가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환영을 받아 레이와(令和·일본의 새 연호) 새 시대가 시작됐다”면서 “천황의 나라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의 역사 안에서 국민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공산당이 과거 일왕이 참석하는 국회 개회식에 결석한 데 대해 “일본의 혼을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현행 일본 헌법은 일왕을 ‘국가와 국민 통합의 상징’(1조)으로, ‘국정에 대한 권한을 갖지 않는다’(4조)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2000년 당시 모리 요시히로(森喜朗) 총리는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의 나라”라고 발언해, 헌법이 정한 주권재민(主權在民)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당 미쓰야 노리오(三ツ矢憲生) 중의원 의원은 지난 12일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에서 가진 가두연설에서 자당 소속 여성 현직 후보에 대해 “(참의원 임기) 6년 간 무엇을 해왔나. 제일 큰 공적은 아이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개인 문제로 일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자민당은) 남성만의 아저씨 문화니까 세상의 상식에 따라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자민당 본부는 지난 5월 ‘실언과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이라는 제목의 A4용지 1장짜리 매뉴얼을 당내에 배포했다. 이 매뉴얼은 역사인식과 정치신조에 관한 견해, 젠더·성소수자에 대한 견해, 사고·재해에 관해 배려가 결여된 발언, 병과 노인에 대한 발언, 가족과 얘기하는 듯한 잡담투 표현 등 5개 유형을 거론하면서 ‘강한 표현’에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자민당이 매뉴얼까지 만든 것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입단속을 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애 낳는 기계”…자민당의 여성 멸시 망언록
 마이니치신문은 이날자에 지난 20년 간 젠더(성)에 관한 국회의원의 문제발언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정치가 깜빡 타임라인-젠더편’이 인터넷 열람수가 9만건에 이르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은 구사베 도모미(日下部智海) 메이지대 4년생이 신문기사 등에서 2000년 이후 국회의원의 발언을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 21명, 25건의 문제 발언이 확인됐는데 21건이 자민당 의원의 발언이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2003년 오타 세이치(太田誠一) 의원의 “집단강간을 하는 사람은 아직 건강하니까 좋다”, 2007년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후생노동상의 “애 낳는 기계의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각자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뿐”이라는 망언이 거론됐다. 특히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문제”, “세쿠하라(성희롱)죄라는 죄는 없다” 등 3차례나 문제발언을 했다.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중의원 의원은 “LGBT(성적 소수자) 커플은 생산성이 없다”, “남녀평등은 절대 실현할 수 없는 반(反)도덕의 망상” 발언을 했다.
 구사베는 “실언은 실수가 아닌 본심이 새어나왔을 뿐”이라며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근저에는 여성 멸시의 생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