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맞았다. G20 의장국으로서 리더십을 부각시켜 7월21일 참의원 선거에서의 ‘외교의 아베’를 어필한다는 구상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끈 건 ‘무역전쟁’을 둘러싼 미·중 정상회담이었던 데다 아베 총리는 미국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막 다음날인 30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서 이목을 독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9일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의 기본 원칙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선 구체적인 진전을 보인 것은 없다는 평가다.
폐막과 함께 채택된 공동성명에선 지난해에 이어 ‘반(反)보호무역주의’ 표현이 빠졌다. 대신 “자유, 공정, 무차별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실현하도록 노력한다”라고 명기됐다. 미국이 요구하는 ‘공정’과 중국이 요구하는 ‘무차별’이 나란히 넣어 양국을 배려한 형태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성명 초안에서부터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뺐다. 공동성명에선 또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파리기후협정에 대해서도 협정 탈퇴를 공언한 미국과 그외 19개국의 입장을 각각 담았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를 과시하면서도 이를 구체적 문제 해결에서 살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어려운 테마로부터 도망친 것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게다가 친밀한 사이임을 과시해오던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일 안보조약에 대해 ”불평등한 합의”라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아베 총리에게 지난 6개월 간 (조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을 파기할 의향은 없다”고 했지만, 미·일 동맹의 근간인 안보조약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참의원 선거 이후 미·일 무역협상에서의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으로부터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안보조약 문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9일 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러·일 평화교섭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하지만 새로운 목표기간을 제시하지 못해 교섭의 장기화가 예상된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미 아베 총리로선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이나 러·일 평화교섭 등 주요 외교방침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란 간 중재역 시도도 이란 방문 기간 일본 유조선 피격 등으로 물거품으로 끝났다. 참의원 선거에서 외교적 성과로 포장할 재료가 좀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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