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두고 한·일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처음 맞부딪쳤다. 한국 측은 이번 조치가 “정치적 목적의 경제 보복”으로 WTO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한 반면, 일본 측은 “안보상 조치로 문제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백지아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경제 보복이라는 점을 다른 회원국에 설명하고 일본 측에는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백 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신뢰 손상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WTO 협정에는 이를 이유로 수출 제한을 하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을 언급, “일본은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 직후에 이런 조치를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백 대사는 이어 “일본의 조치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있고, 자유무역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서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일본대표부 대사는 “안보상 우려에 따른 무역 관리의 재검토로, WTO 규정상 전혀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금수조치가 아니며, 한국을 간소화 절차 대상에서 원래대로 되돌렸을 뿐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부 부장관도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WTO 위반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으며 철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WTO 회의에서 양국의 의견 표명은 지난 4일 일본의 규제 발동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한국 정부는 WTO 제소를 포함한 필요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오는 23∼24일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다시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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