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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12일쯤 한일 양자협의...사태 수습 불투명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보복조치를 두고 이르면 금주 중 한·일 당국자 간 첫 실무협의가 열린다. 한국 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예고하면서 철회를 요구할 태세다. 이에 비해 일본은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고 이번 협의를 실무 차원의 설명 자리로만 잡고 있어 사태 수습의 실마리는 좀체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2일 오후 도쿄에서 일본과 양자협의를 열기로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참석 범위와 논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국장급 이하 실무접촉 수준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규제 강화 조치 발표 직후인 지난 2일과 3일 두 차례 일본 측에 양자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산업부는 이번 협의에서 일본의 규제 강화 조치가 부당한 차별조치로 WTO 규정을 위반한다면서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또 일본 정부가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7개국의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강하게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중 일본의 새 수출무역관리령이 발효하면 식품,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이 한국으로 수출될 때 규제 강화 대상에 포함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의 이유로 대고 있는 ‘한국 측 무역관리의 부적절한 사안 발생’에 대해서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유출됐다는 일본 측 주장에도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성 장관은 “양자협의에서 일본의 이번 조치 배경을 확인하고 우리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번 협의를 어디까지나 ‘사무 레벨’의 대응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고 성의있는 협의를 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협의의 대상이 아니고, 철회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한국의 수출관리 당국에서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사무 레벨에서 대응해갈 것”이라며 실무 차원에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측은 협의에서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수출 관리를 위한 일본 국내 운용을 재검토하는 것”이라면서 WTO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측이 양국 무역당국자 간 대화가 3년 이상 열리지 않은 점과 3개 품목 수출과 관련해 한국 측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조치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적절한 사안’이 근거가 없다고 보는 한국 측과 대립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번 협의가 일본 측이 규제 강화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 절차로 그칠 것이란 전망이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규제 강화 대상 품목의 확대 가능성을 만지작거리면서 한국 측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참의원 선거 후에도 아베 총리가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