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닌부쿠로(堪忍袋·인내 주머니)가 터졌다.”
일본 정부 부처 한 간부는 최근 한국에 대한 강제징용 판결 보복조치를 둘러싼 총리 관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간 한국 측 태도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움직임”이라면서 “각오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실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국내·외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이 두 손을 들 때까지 보복조치를 밀어붙일 태세다.
아베 총리가 참석한 관계 부처 회의에선 “갑자기 반도체는 곤란하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문재인 정권이 심각함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면서 수출 규제가 결정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 경제 관련 부처 간부는 “첫 발에 큰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는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로 사태가 악화되면서 일본 정부는 대립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추가 보복조치가 18일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했는데, 오는 18일이 한국이 답변할 기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답변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데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 직전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참의원 선거 후에도 아베 정권이 선거에서 지지세를 크게 잃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보복조치를 굳이 철회할 이유도 없다는 관측이 많다. 게다가 참의원 선거 이후엔 미·일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 일본 정부는 미·일 협상에서 빼앗긴 점수를 ‘한국 때리기’로 만회하려 할 수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8월 중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추가 보복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한국에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7일 후지TV 당수토론에 출연, “한국은 ‘(대북) 제재를 지키고 있다’ ‘제대로 무역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징용공 문제에 대해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한데, 무역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의 이유로 ‘한국과의 신뢰관계’와 함께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을 들고 있는데, 한국의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북한 관련설’을 흘려 한국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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