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두고 일본 언론들에서도 비판론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율배반’을 꼬집는 것은 물론,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일본 기업에도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주로 지적한다.
아사히신문은 3일 사설을 통해 “정치적 목적에 무역을 사용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보이는 어리석은 행동에 일본도 가담하느냐”면서 “자유무역 원칙을 비트는 조치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이던 일본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 선언을 주도해놓고 이를 얕보는 제멋대로 자세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대항 조치는 아니라는 데 전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무역과 관련한 국제적인 논의에서 신용을 떨어뜨릴 수 있고 한·일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도 그런 모순적인 설명은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도쿄신문도 사설에서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도 국제적 이해를 얻을 수 있는가”라며 일본 정부의 궤변을 지적했다. 신문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로 갈등을 겪을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했을 때 일본은 이를 비난하지 않았느냐”며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수출 제한은 정치적·외교적 문제를 해결할 특효약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수 언론들에서도 일본 기업에 미치는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은 부품을 서로 공급해 생산활동을 하는 ‘수평무역’ 관계로 일본 기업이 구축해온 부품공급망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면서 “파나소닉이나 소니는 LG의 유기EL패널로 TV를 생산하고 있어 부품조달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한국 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일본은 반도체 장비 수출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3분의 1을 점하고 있다”면서 “재료 조달이 어려워지면 이를 계기로 한국 기업이 외국업체로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가 발동돼 실제 수출이 중단되면 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후쿠나가 유카(福永有夏) 와세다대 교수는 “수출 허가가 나지 않거나 수출이 실제로 제한되는 일이 발생하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1조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맹국에는 수출이 간략한 절차로 끝나는데 한국에는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최혜국대우(MFN) 위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당수 토론회에서 “징용공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냐는 것”이라며 “역사 문제를 통상 문제에 엮은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통상 문제를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는 “이번 조치는 WTO에 반하는 게 아니라 무역 관리 문제”라면서 “안보를 위해 각국이 무역 관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는 지금까지의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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