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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WTO 규칙 부합"...아베의 궤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맞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자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은 모든 조치가 WTO 룰(규칙)과 정합적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무역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둘러싸고 경제보복 조치를 해놓고선 ‘국제룰’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변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의 신뢰 관계 손상에 따른 조치라는 일본 측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자인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부터 보복 조치를 검토·공언해왔다. 그런데도 “대항조치가 아니다”라며 국제룰에 준하는 수출관리 개정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산 넙치(광어) 등 5개 수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때도 한국의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이율배반적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자유무역 촉진을 기치로 내걸어왔다. 통상 정책을 정치적 분쟁 해결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에도 강하게 항의해왔다. 지난달 29일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없는 무역’ 원칙을 공동성명에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하자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WTO에 제소해 승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지금까지 일본의 노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자 사설에서도 “국제 정치의 도구로 통상 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라는 의심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중국이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일본의 자유무역의 위선을 드러냈다”고 비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를 소개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과의 역사·외교 갈등 등에서 ‘국제룰’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왔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할 때에만 뽑아쓰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선택적 국제룰이 적지 않았다.
 지난 4월 한국의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와 관련해 WTO 상소기구에서 역전 패소한 뒤 “WTO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WTO에 화살을 돌렸다. 일본 정부가 1심 판정에서 승소했을 때 한국에 ‘결과에 승복하라’고 촉구한 것에서 돌변했다. 일본은 2015년 하시마(군함도)탄광과 야하타제철소 등 메이지유신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리면서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 설치 등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고래잡이 허용 주장이 부결되자 탈퇴를 선언, 전날 상업적 포경을 31년만에 재개했다. 상업적 포경은 국제기구 아래에서 한다는 국제룰을 허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