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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한국 경제 가장 아픈 곳 어디"...두달 전부터 착착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는 주도면밀한 준비 끝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한국 경제의 ‘심장’인 반도체·디스플레이를 겨냥함으로써 한국 측을 흔들어 강제징용 문제에 관한 ‘항복안’을 받아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 측 대응을 봐가면서 이번 조치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그 ‘다음 수’를 내비치면서 압박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가장 아파할 조치”
 이번 조치는 이미 지난 5월 결정된 최종안에 따른 수순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그간 다양한 대항조치를 검토해 지난 5월 최종안이 거의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특히 한국 측에 타격이 큰 조치를 찾았다고 한다. 도쿄의 한 소식통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가 가장 아파할 게 뭐냐’고 묻고 다녔다”고 전했다.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조치는 한국 수출액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반도체 제조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일본 경제에는 영향이 적은 것을 선택”(일본 정부 관계자)하는 ‘핀 포인트’ 조치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최종 ‘고(GO)’ 싸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변에서 발동됐다. 요미우리는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한국 수출을 감소시키고 일본 기업과 국제 제조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가 있었지만 “최후에는 총리 관저와 (총리) 주변 의원의 강한 의향이 움직였다”는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오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가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에 돌입하는 오는 4일 참의원선거 공시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를 취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노림수인 것이다.
 ■한국 측 대응 압박하지만 역효과도
 일본 정부는 보복 조치의 이유로 ‘신뢰 관계 훼손’을 거듭 거론한다. 한국 정부로부터 만족할 만한 ‘신뢰 회복’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보복 조치를 계속할 수 있다고 을러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선 수출 금지 외에도 관세 인상, 송금 규제, 비자 발급 엄격화 등이 대항조치로 거론돼왔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수출 규제는 다른 대항조치 발동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해 한국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다음 수’는 한 달 뒤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군사분야에 전용될 수 있는 첨단재료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빼기로 했다. 다만 각계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1일 새 제도를 운용키로 했다. 한국 측 대응 여부를 봐가면서 제도를 적용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오는 4일부터 수출 규제를 강화키로 한 3개 품목에 대해 사실상 금수조치 수준으로 운용할지도 한국 측 대응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 주력산업인 통신기기나 첨단소재 등으로 수출 규제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 주재원이나 유학생 등의 출입국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산 매각 결정은 이르면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까지 한·일 간 물밑 교섭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중추이자 한·일 경제협력의 상징인 반도체를 노림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