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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시골로...‘마고(孫)턴’ 늘어나는 일본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사키에서 나고 자란 나카자와 다로(中澤太朗·24)는 지난 4월 야마나시현 호쿠토로 이주했다. 산과 고원들로 둘러싸인 호쿠토는 나카자와의 고향이 아닌 부모의 고향이다. 나카자와는 어린 시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웅대한 자연에 매료돼 언젠가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 가나가와현의 건설회사에 취직했지만, 지난해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이주를 결정했다. 현재는 시 관광 홍보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원 시절보다 수입은 줄었지만, “만원 전철을 타지 않고 잔업도 줄었다. 생활이 여유로워진 느낌”이라고 나카자와는 말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조부모가 있는 시골로 이주하는 ‘마고(孫·손주)턴(Turn)’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2일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도시 생활의 팍팍함이나 불안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귀농·귀촌이 드문 현상은 아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시골이나 소도시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도시에서 출생지로 돌아가는 ‘U턴’,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I턴’은 일반화된 용어다.

 ‘마고턴’은 그 뒤를 잇는 것으로, 1960~70년대 고도성장기 때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온 이들의 자녀들이 부모가 나고 자랐고 조부모가 있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것이다. 도시 젊은이들에게 조부모가 있는 지방은 ‘불편한 시골’이 아니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다정하게 맞아주고, 산과 들에서 놀았던 즐거운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어도 현지에서의 직업이나 거주, 인간 관계 등에 대한 불안 때문에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고턴’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조부모가 쌓아온 인맥을 활용해 일자리나 살 곳을 찾고, 지역 사회에 동화하는 게 비교적 쉽다.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논밭이 있으면, 이를 이어받아 생활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

 2007년 도쿄 에도가와 구에서 도야마현 아사히로 ‘마고턴’을 한 사카구치 나오코(坂口直子·36)는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주변에서 ‘사카구치씨의 손녀’라고 흔쾌히 받아들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가까운 친척들과 새로 사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오랜 꿈이던 찻집을 열었다. 

 인구가 급감하는 과소화(過疎化)에 대한 대책으로 젊은이들의 이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마고턴’을 바라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오이타현 분고타카다 시는 지난해 4월부터 조부모의 집이 있는 사람 등 일정 기준을 만족시키는 귀향 희망자들에게 장려금 10만엔(약 100만원)을 주고 있다. 돗토리현 히노에선 ‘마고턴’으로 이주해온 이들의 아이들에게 초·중·고 장학금으로 월 1만엔을 지급한다. 농업정책을 연구하는 메이지대학 오다기리 도쿠미(小田切德美) 교수는  “마고 턴을 계기로 젊은 세대들의 이주가 늘면 지역이 활성화하고, 또다른 젊은이들을 불러모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