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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긴자를 어슬렁어슬렁...'긴부라' 부활할까

   긴자(銀座)는 일본을 대표하는 번화가다. 긴자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오도리 양편에는 고급 명품점과 백화점, 브랜드점이 늘어서 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점포들도 즐비하다. 

 1872년 요코하마항을 잇는 일본 첫 철도의 종점이었던 신바시에 가까웠던 덕에 긴자는 일찍부터 유행을 주도하는 거리로 발전했다. 특히 1960~70년대 일본의 경제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거리로 명성을 떨쳤다. 백화점과 상점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면서 긴자를 ‘어슬렁거리는 모습(부라부라)’에 빗대 ‘긴부라’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긴자의 명성이 바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부터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땅값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경영난에 빠진 상점 자리에 해외의 고급 브랜드가 들어섰다. 2000년대에는 유니클로 등 20~30대를 겨냥한 저가 패션 브랜드점도 속속 둥지를 틀었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바쿠가이’(대량구매)를 하는 중국인 쇼핑객 유치에 공을 들이는 점포들이 늘었다. 주로 고급품을 취급하던 마쓰자카야 백화점 긴자점에는 일본 전자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을 위한 가전양판점까지 들어섰다. 1980년대 긴자의 유행을 주도하던 세부백화점 긴자점이 2010년 문을닫고, 소니빌딩이 지난달 폐관하는 등 부침도 적지 않았다. 

 그런 긴자가 “긴부라, 다시 한 번”을 외치고 있다. 새로운 상업시설들을 잇따라 개점하면서다. 중국인 관광객의 ‘바쿠가이’가 잦아든 상황에서 천천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려, 긴자의 ‘얼굴’이었던 중·장년 일본인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우선 긴자 최대의 상업시설인 ‘긴자 식스’가 오는 20일 개점을 앞두고 있다.  

 긴자 식스는 마쓰자카야 백화점 긴자점 자리를 재개발했다. 지하 6층, 지상 13층. 상업시설 총면적이 4만7000㎡로 긴자 최대 규모다. 이곳에 점포를 낸 241개 브랜드 중에서 121개가 ‘플래그샵(본점)’이다. 프랑스의 크리스찬 디오르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급의 점포를 낸다. 긴자 식스는 올해 매상 600억엔(약 6300억원), 고객수 2000만명을 목표로 한다. 

 쇼핑뿐만 아니라 건물 내에서 느긋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옥상에 정원을 설치하고, 지하에는 문화교류시설을 뒀다. 일본 설치미술가인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땡땡이 무늬’ 설치 작품이 건물 내에 걸려 있다. 과거 백화점의 중심 고객이었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목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설명했다.

 긴자 상인회 등이 결성한 ‘전(全)긴자회’의 오카모토 게이스케는 “긴자 식스 등 일련의 재개발으로 긴자 거리의 매력을 높여 손님들이 긴자에서 머무는 시간을 더욱 늘렸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 

 긴자식스 외에도 긴자에는 상업시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3월 도큐백화점이 신사업으로 준비한 ‘도큐 프라자 긴자’가, 같은해 9월에는 닛산자동차와 소니의 쇼룸 등을 갖추고 있는 ‘긴자 프라이스’가 문을 열었다. 또 지난 3월에는 브랭땅 긴자가 ‘마로니에게이트 긴자’로 재개장했고, 보석점 미키모토도 6월 재개장할 예정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긴자에선 향후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재개발이나 리뉴얼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는 “긴자가 계속 빛나기 위해선 눈이 높은 성인들을 만족시키는 장치들을 더욱 늘리는 것이 필수불가결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