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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자민당은 개헌 위해 태어난 정당” 일본 최대 우익단체 ‘개헌 집회’ 가보니

 “국민 90%가 지지하는 지에타이(자위대)의 ‘지’자도 헌법에 들어있지 않은 건 이상하다.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확실하게 새겨넣어야 한다.”(사쿠라이 요시코 대표)

 “당연하다.” “그 말대로다.” 

 3일 일본 도쿄의 국회 근처 사보(砂防)회관 별관 1층 대회의장에선 환성과 박수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산하조직인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 등이 개최한 헌법포럼에서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일본회의는 3만5000명의 회원과 전국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일본회의는 발족 이래 헌법 개정 등 우파 운동을 주도해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대 후원 세력으로도 불린다. 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은 이날 일본회의는 도쿄를 비롯, 전국 40곳에서 개헌집회를 열었다. ‘전쟁가능한 나라’로 가기 위한 아베 정권의 개헌 드라이브에 힘을 실은 것이다.

 행사장에는 개회 1시간 전부터 참가자들이 줄을 이었다. 행사장 앞에선 ‘위안부 모략전에 반격을 가하자’라는 제목의 책 따위를 선전하고 있었다. 한 극우단체 차량이 부근을 지나면서 “자주헌법을 만들자”고 스피커로 목청을 높였다. 

  800석 정도의 좌석이 준비된 회의장은 자리가 다 차서 서 있거나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행사 전 상영된 영상에선 중국의 대두와 북한 핵 미사일을 강조하는 화면이 흘러나왔다. 70년 전 헌법이 만들어질 때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일본 역사와 문화를 아무 것도 모르는 미국인이 만든 게 지금 헌법”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국민모임 부대표인 니시 오사무(西修) 고마자와대 명예교수가 인사말을 했다. 자위대가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개헌하면 일본이 위험해진다는데 지금 북한 정세나 중국의 위협이 더 위험한 것 아니냐”면서 “국회 헌법심사회는 도대체 뭐하고 있냐”고 질타했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다. 주최 측에서 “1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개헌 서명에 922만9238명이 서명했다”고 알렸다.

 행사장 분위기는 아베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한층 달아올랐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2020년을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자위대가 임무를 다하는 모습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는 90%를 넘는데 많은 헌법학자들은 자위대가 위헌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적어도 제 세대에서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상에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자 요미우리신문 인터뷰 내용과 같은 취지의 메시지였다. 아베는 “개헌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선 여러분의 활동이 불가결하다.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면서 “개헌을 위해 함께 힘을 내자”고 덧붙였다.

 국민모임 대표인 우익 논객 사쿠라이 요시코는 “총리가 이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개헌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신 것에 정말 용기를 얻는다”고 감격해했다. 그는 “국민 60% 이상이 (미국 핵항모) 칼빈슨호와 자위대의 공동훈련을 지지한다”면서 “이런 국민들의 목소리, 총리의 목소리를 국회의원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의원 10여명도 참석했다. 토론에 나선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자민당 중의원 헌법심사회 간사장은 “자민당은 개헌을 위해 태어난 정당”이라고 했고, 아다치 야스시(足立康史) 일본유신회 헌법심사회 위원은 “지금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가 중요하게 떠올랐다. 일본이 자립할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주최 측이 “각 당은 구체적인 헌법개정안을 제안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참석한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났다. 행사장을 나오던 한 참석자는 “지금 북한 문제도 그렇고 아무래도 불안하지 않나”라면서 “우리나라는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