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혐한(嫌韓) 발언·집회 등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20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쿠다 노리히코(福田紀彦) 가와사키 시장은 전날 시의회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할 경우 형사죄를 물어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 조례안을 연말 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법률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벌칙 규정이 담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측은 이 조례에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1만엔(약 10만9000원) 이상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담을 계획이다. 재일동포에 대해 배타적이라고 의심되는 시위 등이 일어날 경우 시 측이 검찰에 통보하고, 법원이 헤이트 스피치로 판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가와사키 시의회에도 벌칙 규정을 담는 데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들이 없어 조례는 무난히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와사키시는 지난해 3월 공공시설에서의 헤이트 스피치를 사전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시위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후쿠다 시장은 도쿄신문에 “헤이트 스피치가 행해질 우려가 높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벌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혐한 발언의 피해자로 헤이트 스피치 반대 운동을 펴고 있는 재일교포 3세 최강이자(44·여)씨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벌칙이 꼭 필요하다. 조례가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2016년 6월 헤이트 스피치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시행됐지만, 벌칙 규정이 없어 헤이트 스피치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사카시, 고베시, 도쿄도 등 지자체들이 조례를 만들어 헤이트 스피치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벌칙 규정은 없다.
앞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일본의 인권상황에 대한 심사보고서에서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도입된 이후에도 한반도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에 대책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미국 정부도 지난 3월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증가 추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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