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지도 ‘구글어스’로 단면도 작성 → 단면도상 높이와 수평거리를 ‘자’로 측정 → 삼각함수로 앙각(仰角) 산출 → 높이와 거리의 축적이 다르다는 걸 모른 채 발표.
일본 방위성이 지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이지스 어쇼어’ 후보지의 적합성 여부를 조사한 방식이다. 현지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틀린 수치로 계산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방위성은 이지스 어쇼어 후보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사하지 않은 채 구글어스를 사용해 거리와 각도 등을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를 이유로 이지스 어쇼어 2기를 아키타(秋田)현과 야마구치(山口)현에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자파 피해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아키타현의 경우 유력 후보지인 아라야(新屋) 자위대 훈련장 외에 아키타, 야마가타, 아오모리 등 3개 현의 다른 후보지 19곳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9곳은 주위의 산이 레이더 전파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지난달 조사보고서를 아키타현 등에 전했다.
그런데 부적합 판정된 후보지가 모두 주변 산까지 잇는 각도(앙각)가 실제보다 과대 기재돼 있는 것이 발각됐다. 아키타현 오가(男鹿)시 후보지의 경우 실제 앙각이 4도인데도 15도로 잘못 기재돼 있었다.
이런 오류는 방위성이 구글어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보고서 작성자는 우선 컴퓨터에서 구글어스를 사용해 단면도를 만들어 이를 인쇄했다. 이어 후보지로부터 주변 산까지의 수평거리와 산의 높이를 자로 잰 뒤 삼각 함수를 사용해 앙각을 산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면도상 수평거리와 높이의 축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기복을 강조하기 위해 세로 방향이 확대돼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에 따라 앙각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됐고, 산이 레이더 전파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다.
지도 전문가들은 “국민에 대한 설명자료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졸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시로 히로시 일본지도센터 상담역은 “축적이 다른 수치로 계산해선 안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 “인터넷 지도 정보 등으로 간단하게 구할 수 있는 표고나 수평거리를 사용하지 않고, 단면도를 자로 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지 주민들은 보고서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방위성이 전날 아키타시에서 개최한 주민설명회에선 참석자들로부터 “신용할 수 없다” “배치를 처음부터 재고해야 한다” 등의 거친 비판이 분출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방위성은 잘못 기재된 수치에 대해서 사과하면서도 부적합 판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지스 어쇼어 배치 지역을 이미 점찍어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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