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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Stop, 하이힐 강요”...일본 여성 1만8800명 서명서 제출

 ‘하이힐 강제를 금지해달라.’
 일본에서 여성이 직장에서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서가 정부에 제출됐다.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배우 겸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石川憂實·32) 등은 전날 후생노동성을 찾아 직장 내 하이힐 착용 강제를 금지해달라면서 1만8856명이 서명한 요청서를 냈다. 요청서는 “기업이 (하이힐 등의) 착용을 여성에게만 명령하는 것은 성 차별, 또는 ‘젠더 하라(사회적 성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시카와는 기자회견에서 영업이나 접수 업무에선 ‘암묵적인 양해’로 하이힐 착용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발을 다치면서까지 신어야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여성이 괴로워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매너니까’라고 아무 말도 못했다”면서 “서명 제출은 첫 걸음”이라고 했다. 구직 활동 중이라는 사립대 4학년 여학생도 “하루에 몇 개 회사를 돌지만, 펌프스(끈이 없는 여성용 구두)가 알맞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성 차별 문제도 있고, 건강을 해치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요청서 제출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쿠투(#KuToo)’ 운동의 결실이다. ‘쿠투’는 구두를 뜻하는 구쓰(靴)및 고통을 의미하는 ‘구쓰(苦痛)’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를 합친 조어다.
 이시카와가 과거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펌프스를 신도록 강요받아 발이 아팠던 경험을 트위터에 올린 게 계기였다. 이에 비슷한 고통을 겪은 여성들이 ‘쿠투’ 해시태그를 붙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고, 지난 2월부터 서명 운동으로 발전했다.
 직장 내 여성의 복장 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5년 영국에선 금융회사 PwC에서 임시 접수직으로 일하게 된 니콜라 소프가 근무 첫날 하이힐을 거부하고 단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집으로 보내졌다. 이에 1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이힐 착용 규정 변경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를 계기로 의회 위원회가 직장 내 복장 규정에 대한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10년 제정된 평등법 아래 보상 범위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는 2017년 하이힐을 신으면 “미끄럼이나 추락으로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기업이 여성 직원들에게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하는 규정을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