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통산 재임일수에서 역대 3번째 장수 총리가 됐다. 이대로 가면 11월20일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에 등극한다. 경제·외교 성과와 대안 부재 등으로 인해 장기 집권 가도를 가고 있지만, 그가 내건 주요 정책들이 결실을 본 게 없다는 혹평도 나온다.
■11월 최장수 총리 등극도 시야
아베 총리는 이날 1차 집권(2006년 9월26일~2007년 9월27일)과 2차 집권(2012년 12월26일~ ) 기간을 합쳐 통산 재임일수가 2721일이 됐다. 이로써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제치고 통산 재직일수 기준 역대 3위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오는 8월24일에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의 2798일을 뛰어넘어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된다. 11월20일엔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의 기록(2886일)을 깨고 전후를 통틀어 가장 긴 기간 집권한 총리가 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해 2021년 9월말까지 임기를 확보했다. 총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상 최장수 총리 등극은 시간 문제다.
재임기간 1~4위 총리는 모두 일본 서남부 야마구치(山口)현 출신이다. 이곳은 과거 조슈(長州)번으로 1868년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이후 최대 파벌로 일본 정계를 주물렀다.
가쓰라는 1901년부터 1913년까지 3차례 총리를 지냈다. 러·일 전쟁 승리, 조선 강제 병합 등을 이뤄냈다. 조선 식민지배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는 1889년 일본의 첫 헌법인 대일본제국헌법(메이지헌법)의 기초를 만들었다. 사토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元)의 형이다. 1972년 오키나와 반환과 1974년 ‘비핵 3원칙’ 등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배경으로는 우선 경제가 꼽힌다. 아베 정권은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빠져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면상 일본 경제는 2012년 12월부터 전후 최장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인당 일자리수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도 지난 4월 기준 1.63배를 기록하는 등 고용지표도 좋다.
‘지구의를 부감(俯瞰)하는 외교’로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점도 내세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미·일 동맹이 ‘역대 최고’라고 자평하고 있다. 2009년 정권 교체 뒤 실책을 거듭한 민주당에 대한 여론 불신에 따른 반사이익도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장기 정권의 정치적 유산 있나
다만 아베 총리가 다른 장수 총리들에 필적할 ‘정치적 유산’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달린다. 주요 과제들이 꽉 막힌 상태기 때문이다.
쿠릴(일본명 북방영토) 4개섬과 관련한 러·일 평화조약 교섭은 ‘2개섬 반환’으로 방침을 바꿨음에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우리들의 우려는 미·일 군사협력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던 방침을 바꿔 ‘조건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주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낯가죽 두껍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6일 몽골 ‘울란바토르 대화’에 외무성 참사관을 보내 북한 당국자와 접촉하려 했지만, 북한 측의 불참으로 불발됐다.
디플레이션 탈피 목표도 최근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인해 달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오는 10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여파도 우려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월 당 총재 3연임에 도전하면서 “다음 시대를 향해 새로운 국가 만들기의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국가’의 핵심은 전후 체제의 탈각을 통한 평화헌법 개정이다. 남은 임기 내 개헌을 이뤄내 자신의 최대 정치적 유산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와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달성이 용이하지 않다.
이 때문에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개헌 정족수인 3분의 2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는 최장수 총리 등극과 레임덕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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