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전례없는 접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골프, 스모 관전, 자위대 호위함 승선 등의 일정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레이와(令和·새 일왕의 연호) 시대 첫 국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거국적으로 맞이해 공고한 미·일 관계를 과시하겠다는 의도지만, 일부에선 지나친 ‘정치 퍼포먼스’에 대한 불만도 새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흘 간 방일 일정에서 일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26일 도쿄 료코쿠(兩國) 고쿠기칸(國技館)에서의 스모 관전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도효(土俵·씨름판)에 올라 미국 정부에서 직접 제작한 트럼프배(杯)를 우승자에게 수여할 예정이다.
2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도효에 가장 가까운 마스세키(升席)에서 스모 경기를 관전하기로 했다. 경호가 용이하다는 등의 이유로 왕족이나 외국 귀빈이 통상 사용하는 2층 귀빈석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베 총리가 “앞쪽이 박진감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지지통신은 보도했다. 마스세키는 됫박처럼 구획된 자리에 방석을 깔아 4명이 앉는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석에 앉는 게 익숙치 않을 것으로 보고 의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세키를 차지하는 것을 두고 일부 스모 팬으로부터는 ‘민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모팬으로 알려진 만화가 야쿠 미쓰루는 도쿄신문에 “마스세키 관전이라니 쓸데 없는 일을 한다. 민폐”라면서 “아베 총리는 꼬리를 흔들어 환영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주위에 폐를 끼치는 것을 살필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앉는 마스세키뿐만 아니라 주변 마스세키를 경호용으로 확보하면 그만큼 일반 관객이 들어가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결승전만 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때까지 가장 목이 좋은 좌석들이 텅 비어있는 이상 상태가 이어지게 된다.
도효 위에서의 ‘퍼포먼스’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의 국기(國技)라고 하는 스모에서 도효는 신성시되는 장소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위에서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든지 하는 쇼맨십을 보일 경우 신성함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다.
스모 관전에 앞서 예정된 양국 정상의 골프에는 일본의 ‘골프 전설’ 아오키 이사오(靑木功·76)의 초청을 검토하고 있다. 아오키가 1980년 US오픈에서 미국의 잭 니클라우스와 사투를 벌인 것이 양 정상의 골프 회동에서 화제가 된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앞서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때는 일본의 간판 골프스타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 )를 불렀다.
방일 마지막날인 28일엔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는 이즈모급 호위함 2척을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개조해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실을 계획”이라며 “대일 무역적자에 불만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F-35B의 구입방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도쿄의 랜드마크인 ‘스카이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성조기를 상징하는 파랑, 빨강, 흰색 조명을 밝힐 계획이다.
운노 모토(海野素央) 메이지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숨겨진 의제는 선거 협력”이라면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는 자동차 수출 규제 및 추가 관세의 회피. 트럼프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향한 지지층에 대한 호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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