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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일본,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 측에 중재위 회부 요청”

 일본 정부가 20일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해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에 요청했다. 한국 측이 정부 간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음 단계’ 이행 요구로 한국 측 대응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일련의 대법원 판결 이후 옛 한반도 출신자(일본이 주장하는 징용공 명칭)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 상태의 시정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현재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 없다”면서 한국 정부에 중재위원회 위탁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은 중재위 개최 요구는 한국 정부가 정부간 협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분쟁 해결 절차로 정부 간 협의에 이어 중재위원회 개최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9일 정부 간 협의를 한국에 요청하면서 ‘30일 이내’에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일반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지난 1일 일본제철과 후지코시(不二越)로부터 압류한 자산에 대한 매각명령신청을 제출하는 등 자산의 현금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협의로는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중재위 위탁을 한국 측에 통고했다”면서 “중재에 응할 협정상 의무를 지고 있는 한국 정부가 중재에 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한국 정부가 중재위 개최에 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중재위 개최를 요청한 것은 한국 측에 대응책을 내놓을 것을 압박하는 동시에 국제사회로부터 분쟁 해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중재위원회는 어느 한 쪽의 요청이 있은 지 30일 이내 양국이 임명하는 위원 각 1명과 제3국 위원을 포함해 총 3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정부 간 협의와 마찬가지로 중재위도 한국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설치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일본 측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일본 기업에 실제 손해를 발생시키는 상황이 되면 대항 조치를 발동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대항 조치로는 관세 인상을 비롯해 일부 일본 제품의 공급 중단, 비자 발급 제한, 송금 정지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朗) 외무상은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지난 번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을 기대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책임자로부터 그런 발언이 있은 점, 4개월 이상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중재위 위탁을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그는 “양국의 국민적 교류는 매우 활발해서 양국 관계의 기본은 견고하지만, 이 문제(강제동원 판결)는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간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손상시키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확실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