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난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로 시작된 새 연호 ‘레이와(令和)’ 효과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레이와 첫 날에 맞춘 ‘레이와콘(婚·결혼)’이 쇄도했고, 회사 이름에 ‘레이와’를 붙이는 기업도 줄을 이었다.
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레이와’ 첫 날인 지난 1일 도쿄 중심부인 23구를 조사한 결과, 600건 이상이라고만 밝힌 세타가야구를 제외한 22구에서 6003건의 혼인신고서가 제출됐다. 이는 2017년 22구의 혼인건수 6만건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레이와콘’은 2000년 1월1일 혼인하는 ‘밀레니엄콘’의 열기도 뛰어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가 남아있는 도쿄 18구 가운데 17구에서 레이와콘 건수가 밀레니엄콘 건수를 웃돌았고, 나머지 1구도 혼인건수가 같았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앞서 지난 1일 ‘레이와’ 시작에 맞춰 혼인신고를 하려는 커플들이 전날 밤부터 구청 창구에 몰리면서 대기표를 배포하는 등 큰 혼잡을 이뤘다. 다이이치(第一)생명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熊野英生) 수석 연구원은 “새로운 인생의 출발과 레이와의 출발을 겹치고 싶다는 기념일 효과로 젊은이들이 움직였다”면서 “레이와 원년 안에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연간 혼인건수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개원(改元·연호가 바뀜) 열기’의 덕을 보기 위해 ‘레이와’를 회사명에 넣은 기업들도 대거 생겼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새 연호가 발표된 4월1일 시점엔 도쿄상공리서치가 보유한 317만개사의 데이터베이스에 ‘레이와’가 사명에 들어간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달 26일 시점에선 73개사의 사명에 ‘레이와’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설 법인이 44개사, 사명 변경이 29개사였다. 도쿄상공리서치 측은 “일왕이 서거했던 지난 개원과 달리 이번에는 양위에 따른 축하 분위기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사명을 변경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1989년 헤이세이(平成) 원년의 약 1개월 간 사명에 ‘헤이세이’를 넣은 기업은 67개사였다. 지난달까지 약 30년간 이어진 헤이세이 시대에 ‘헤이세이’를 사명에 붙인 기업은 약 1270개사였다.
일왕 교체로 인한 휴일이 더해져 사상 최장이었던 ‘골든 위크(4월27~5월6일)’에 대다수 관광지나 백화점 등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관광이나 소비가 호조를 보였다. 골든위크 10일 간 일본 왕실의 종묘인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신궁을 찾은 방문객수는 약 88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39만6000명)의 2배를 넘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레이와’ 축하 분위기는 지갑을 열게 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이마루마쓰자카 백화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입점객수가 약 10%, 매상액은 약 7% 늘었다. 4000엔(약 4만3000원) 전후의 고액 도시락이나 ‘레이와’ 글자가 찍힌 과자 같은 식품의 판매가 호조를 모았다. 다만 미쓰코시이세탄 백화점이 3%, 소고·세이부가 1%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는 등 대형백화점 4사의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낮았다. “너무 오래 쉬었기 때문인지 연휴 후반까지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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